감사원 “국방연구원장 이재명 캠프 불법 지원”···연구원 “정치적 편향 감사”

유병호 감사원사무총장이 2023년 10월26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김의겸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방 공약 개발을 불법 지원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31일 공개한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 감사보고서에서 국방연구원에 대해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국방부에 김윤태 원장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감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21년 3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북한산등산모임’에서 세종연구소 부소장인 A씨로부터 이재명 후보를 위해 국방정책 공약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국방부 출신으로, 이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후 A씨에게 선거 공약 개발과 자문 역할을 하고, 국방연구원 소속 직원을 추천·소개해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B씨를 원장실로 불러 A씨에게 소개해주면서 “A씨가 이 후보 대선을 돕고 있으니 잘 도와주라”고 하고, A씨가 가져온 이 후보의 모병제 공약 관련 문서를 B씨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국방연구원의 다른 직원들도 김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후보 공약 개발을 도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김 원장을 비롯한 국방연구원 임직원들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 개발 활동에 참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며 김 원장을 해임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김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 참고자료를 보냈다.

국방부는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김 원장 후임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 원장에 대한 해임 절차 또한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김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A씨가 이재명 후보를 돕게 될 거 같다고 해 대선 캠프가 차려지기 전인 2021년 5월쯤 ‘북한산등산모임’ 텔레그램 대화방을 탈퇴했다”며 “오히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를 지원한 국방연구원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혀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편향된 감사”라고 말했다. 국방연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인 2021년 3월은 공식적인 캠프가 구성조차 되지 않은 시기”라며 “감사원이 적시한 텔레그램방에서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해 직접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연구원 직원이 특정 후보 선거 공약 개발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감사원에 재심을 요구하고, 해임이 이뤄질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