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카드 찾아 삼만리”…기후동행카드 ‘대란’에 속타는 시민들
서울시 “20만 장 충분할 것으로 예상” 추가 제작 돌입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오늘만 벌써 네 번째 실패다. 역사와 편의점 다 돌아봤지만 헛수고였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후동행카드가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모바일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시민들은 실물카드를 사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출시 일주일 만에 준비 수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예상을 뛰어넘은 호응에 서울시는 긴급 추가 생산에 돌입했다.
31일 오전 서울지하철 시청역 개찰구를 나온 김남지(30·여)씨는 출근길 내내 기후동행카드 파는 곳을 찾아 헤맸다. 김씨는 "실물카드를 사려고 (거주지인) 대방역부터 신대방삼거리역, 여의도역까지 돌아봤지만 모두 품절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시청역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없다"며 아쉬움 속 발길을 돌렸다.
김씨가 '마지막 도전'을 한 시청역 고객안전실 앞에는 "당역에 배정된 기후동행카드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역사 관계자는 "지난주 일요일(28일)부터 품절됐다"며 "추가 물량이 안 들어왔는데도 고객들이 계속 찾아와서 재고를 묻는다"며 난감해 했다.
역 근처 편의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역 출구 근처 편의점 네 곳 모두 기후동행카드 재고 여부를 묻자 "지난주에 일찌감치 품절됐다"고 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판매된 실물카드는 일주일여 만에 초기 물량 20만 장 중 17만3957장이 조기 소진되고 약 2만 장이 남았다. 모바일카드까지 포함하면 기후동행카드 판매시작 후 누적 27만8000장이 팔렸다.
2~3배 웃돈 얹어 중고거래까지
실물카드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정가(3000원)보다 2~3배 더 비싸게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기후동행카드 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쉴새없이 올라왔다. 1장에 1만1000원을 요구한 판매자도 있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아무개(24·남)씨는 "(실물카드를) 손해 보고 사더라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일 하다가도 계속 휴대폰을 확인한다"며 "(중고거래 앱에서) 매매 글 올라올 때까지 대기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물카드 양도와 양수는 규정상 금지돼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인 간 기후동행카드 판매 행위를 현행 철도사업법에 따라 '부정 승차' 행위로 간주하고 최대 30배의 부가운임을 추가로 납부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폰 이용자 불만…시 "애플사와 카드사 간 문제"
실물카드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서울시는 긴급 추가 생산에 돌입했다. 실물카드 15만 장을 추가 생산해 내달 7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판매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급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실물카드 품귀현상에 대해 서울시는 '예상 밖'이라는 입장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목표치를 50만 명으로 잡았고 실물카드는 20만 장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생각보다 사람들이 (실물카드를) 많이 찾아 물량이 너무 빨리 떨어졌다"고 했다.
당초 시는 모바일카드 서비스가 구현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과 아이폰 이용자의 비율을 반영해 실물카드 수량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젊은 층이 아이폰을 많이 쓰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더 많아 모바일카드 이용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실물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는 애플사와 국내 교통카드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교통카드나 일반 신용카드는 NFC 결제 방식을 쓰는데 애플사가 일부 국가만 보안을 풀어주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현대카드 등 일부에 국한해 풀어줬는데 교통카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사와 국내 교통카드사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서울시가) 직접 개입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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