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명절은 다르다?…친척집 대신 파티룸, 떡국 말고 배달음식

최다인 기자 2024. 1. 31. 19: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설 명절 문화는 색다르다. 이른 새벽부터 친인척 집을 방문하거나, 차례를 지내고 거실에 모여 떡국을 먹는 오래된 관습에 피로를 느끼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독립적인 가치관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특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관습을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명절 문화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설 연휴를 앞둔 MZ세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친척집 대신 여행

MZ세대들에게 설 명절은 곧 자유 시간이다. 일부는 연휴를 맞아 부모님 댁을 방문하거나, 친척집에 들르지만, 대부분 피곤한 일상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움을 찾아 떠난다.

대학원생 이지성(28) 씨는 "'명절'하면 피곤한 느낌이 든다"며 "설날에 가족들과 강릉을 가기로 했는데, 친척들을 본 지 3년이 넘어서 이번 주 주말에 미리 서울로 올라가 얼굴을 보려고 한다"고 했다.

친구 또는 가족과 여행을 계획, 평소 동경했던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날이 좋으면 야외 캠핑도 선호하는 휴일의 '꿀잼'이다.

이번 설 연휴는 길지 않아 제주도, 부산 등 짧은 시간에 낭만과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 MZ세대들은 휴식을 즐기는 방법도 효율성을 최우선 고려한다.

◇친구들과 홈파티

번화가 곳곳에 있는 파티룸을 예약해 친구, 지인들과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대세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대학생 김보영(24) 씨는 "설 명절에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지역에 있는 파티룸에서 신년을 기념하기로 했다. 'HELLO 2024' 문구로 된 풍선을 벽지에 붙이고, 조명까지 준비해 단체 기념 촬영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설 명절을 기회로 삼아 제대로 된 휴식을 누리기 위해 친척들과의 만남을 미리 앞당기기도 한다.

김 씨는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 각각의 이른바 '인생네컷' 사진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자주 보지 못하게 될 친구들과의 행복한 한 때를 간직하고 싶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일상의 에너지로 삼고 싶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 음식 좋지만… OTT보며 배달 음식 즐겨

전통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문화 특성 탓에, MZ세대들은 기름지고 고소한 명절 음식 냄새도 반갑지 않다. 어색한 친척들 사이에서 전을 부치면서 안부를 묻거나 잔소리를 듣는 모습은 과거 얘기가 되고 있다.

대신, 가족 또는 친구와 영화를 보며 마라탕, 치킨 등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게 이들의 명절 문화로 자리잡았다.

직장인 김수빈(29) 씨는 "평소 직장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한데, 설날에는 국가가 나에게 주는 연휴라고 생각하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불러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명절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차려 먹기 보다는 보쌈, 치킨을 주문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면서 주말처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MZ세대들의 명절에서도 가족과 친구는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다를 바 없다. 친척집 대신 여행을 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으며, 떡국 대신 배달 음식을 먹을 때도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설 명절을 지내고 싶은 마음은 이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여겨진다.

◇커플 이벤트

MZ세대 커플들의 설 명절 문화도 독특하다. 타 지역으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떠나는가 하면, 100일이나 1주년 기념일을 챙기듯이 명절 기념 데이트를 계획한다.

또 '커플 원데이클래스'를 방문, 각자 이름 이니셜을 새긴 반지나 팔찌 등 선물용 악세사리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SNS에 올려 서로의 사랑의 확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새해 복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대학생 이지은(24) 씨는 "평소에도 선물을 나눠 가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엔 신념 겸 명절 기념으로 직접 만든 팔찌와 함께 신년 맞이 편지를 쓰기로 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