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재명 대선 지원 KIDA원장 해임을"…"정치탄압" 반발(종합2보)
김윤태 KIDA원장 "감사결과 재심 요청…인사조치 시 법적대응"
(서울=뉴스1) 박응진 이기림 기자 =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당대표)의 선거활동을 지원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국방부는 감사원의 문책 요구에 따라 김 원장 등에 대한 해임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유감을 표하며, 향후 인사조치가 이뤄진다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감사원이 발표한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21년 3월 말 '북한산등산모임'이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A연구소 부소장 B씨로부터 이재명 후보의 국방 정책공약 개발을 요청받았다.
김 원장은 이후 B씨에게 선거공약 개발과 검토·보완을 위한 자문,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KIDA 소속 직원을 추천·소개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
구체적으로 김 원장은 2021년 3월30일 KIDA 원장실에서 B씨와 면담하던 중 책임연구위원 C씨를 원장실로 불러 B씨에게 추천하면서 'B씨가 이 후보의 대통령 선거를 조력하고 있으니 잘 도와주라'고 하면서 모병제 공약 관련 문서를 보여주고 검토해 보라고 했다.
이후 김 원장은 2021년 4월12일 북한산등산모임 대화방에서 B씨로부터 모병제 공약 관련 문서를 전달받았고, 같은 날 C씨에게 이 후보가 언급된 부분이나 모병제 관련 정치권 입장을 기재해 놓은 부록 등 민감한 부분을 삭제하고 KIDA의 한 센터 책임연구위원과 센터장에게 공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김 원장은 B씨가 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KIDA에 방문하는 2021년 4월14일, 해당 센터장 및 책임연구위원과 함께 B씨의 자문에 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C씨는 해당 문서를 김 원장 지시대로 수정 후 2021년 4월13일 센터장 및 책임연구위원에게 국방망 메일로 전송하고 다음날에는 B씨에게 모병제 관련 자문을 제공했다.
김 원장은 2021년 4월말 이 후보의 국방 정책공약 관련 아이디어 제공을 위해 군사 분야 이슈를 정리한 문서를 직접 북한산등산모임 대화방에 업로드해 B씨 등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공유·제공하면서 B씨의 의견을 구체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2021년 4월16일 북한산등산모임 대화방에서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업로드한 국방 정책공약 관련 문서의 타이틀에 대해 '지금처럼 타이틀을 기본방향이 아니라, 내용을 포함해 조금 구체화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수정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김 원장은 B씨가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국방분야 공약과제 10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대화방 참여자들의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한 화상회의를 제안하자 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이 후보의 국방분야 선거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했다.
나아가 2021년 4월16일 북한산등산모임 대화방에 공유된 선거공약 작성 양식에 맞춰 2021년 5월8일 '4차산업혁명시대의 첨단과학기술 적용, 미래형 강군 건설'을 정책명, '미래형 첨단 강군 건설, 튼튼한 안보 구현'을 슬로건, '임기 중 지속'을 이행기간으로 기술하는 등과 같이 '미래형 강군 건설' 공약 과제 문서를 직접 작성해 C씨를 통해 B씨에게 전달했다.
실제 2022년 2월22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이 후보의 정책공약집에는 '스마트 강군' 공약 내용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김 원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줬고,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관련 의혹 기사가 보도되는 등 국방정책 연구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또 김 원장이 같은해 10월쯤 한 언론사와 세미나를 공동주최하기로 정하고 11월11일 해당 언론사의 세미나 담당자인 기자들과 관련 협의 및 홍보 방안을 토의하지 않았으면서 허위로는 각각 21만원의 자문비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원장은 2021년도 후반기 정규직, 무기계약직 등 직원 채용 과정에서 뽑힌 합격자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한 이력이 있는 등 면접 전형위원 제척 대상인 KIDA C위원장을 면접 전형위원으로 선정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 예산 규정을 위반해 자문 의견을 받지 않은 외부인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도록 지시했으며,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전형위원으로 선정한 김 원장을 감사원법에 따라 해임하라"라고 했다.
감사원은 김 원장을 비롯한 국방연구원장 임직원들이 이 후보를 도운 혐의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로 송부하고,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수사요청했다.
감사원은 KIDA C위원장을 징계처분하라고 문책하고, 관련자들에게 주의도 촉구했다. 더불어 감사원의 KIDA 감사를 방해하는 등 감사담당자의 직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KIDA 감사실장을 징계처분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규정에 따라 김 원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는 등 인사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산등산모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은 "양쪽 선거 캠프가 만들어지기 전인 2021년 3월 진짜 등산을 하면서 만들어진 모임"이었다면서 "(그러나) 선거와 가까워지면서 같은해 4월 탈퇴했는데, 그걸 갖고 마치 제가 선거 내내 활동한 것처럼 감사원이 적시한 점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통상 KIDA에서 정책적 자문행위들을 많이 한다. 저 같은 경우 지인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거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물음에 답했는데, 현재 여당에 있는 분들도 전화 또는 SNS로 물어봐서 '이건 좀 무리가 있는 정책 같다', '이건 현실성 없다' 등의 코멘트를 수도 없이 많이 했다"라며 "그런데 여당이 한 건 전혀 문제삼지 않고 야당이 한 것만 문제삼는 편파 감사"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코멘트가 스마트 국방 공약과 관련있기 때문에 공약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것'이란 취지의 감사원 지적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주장이라고 김 원장은 반박했다.
김 원장은 "정책자문을 한 행위와 캠프 활동을 한 행위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KIDA 전문가들이 모두 정치행위를 한 것처럼 감사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더군다나 비밀을 유출한 것처럼 감사원이 설명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선 이미 재심 요청을 해놨으며, 향후 어떤 인사조치가 있을 땐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원장은 또 별도 자료를 배포해 "실제로 참석한 기자의 자문확인서, 연구원 출입기록을 제출했음에도 이러한 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제척대상인 직원을 의도적으로 면접위원으로 선정해 불공정하게 특정인의 채용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KIDA는 2021년 2월에 3년의 임기를 시작한 김 원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달 8일 새 원장을 뽑기 위한 공모를 시작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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