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제1당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 '위헌'…헌재 "즉각 중단하라"(종합)

강종훈 2024. 1. 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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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전진당(MFP)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31일 판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이같이 판결하며 전진당과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에게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전진당의 군주제 개혁 움직임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샀고, 지난해 친군부 진영 법조인이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제소해 헌재가 심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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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원수로 하는 민주주의체제 전복 시도"…전진당 "그런 의도 없었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전 대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전진당(MFP)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31일 판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이같이 판결하며 전진당과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에게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헌재는 "전진당 계획은 국왕을 국가 원수로 하는 (태국)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시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24일 피타 전 대표가 미디어 기업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총선에 출마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타는 의원직 정지 6개월여 만에 의회로 복귀했다.

일주일 후 나온 이날 판결에 전진당에 최악의 상황으로 여겨지는 정당 해산과 지도부 정치 활동 금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향후 전진당과 피타 전 대표가 또 다른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현 대표는 판결 직후 "군주제를 전복할 의도가 없었다"며 "이번 판결이 전진당과 민주주의, 태국인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방콕 33개 지역구 중 32곳을 휩쓰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전진당의 군주제 개혁 움직임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샀고, 지난해 친군부 진영 법조인이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제소해 헌재가 심리해왔다.

태국 헌법 제49조는 '누구도 국왕을 국가 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권리와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했다.

국왕이 신성시되는 태국에서 왕실모독죄는 대표적인 군주제 보호 수단이지만, 야권과 인권단체 등은 이 법이 반체제 인사 처벌에 악용된다고 주장해왔다.

태국 사회에서 군주제 개혁은 금기로 여겨졌지만, 2020년 젊은 층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서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 요구가 터져 나왔다.

타나톤 FFP 전 대표는 판결에 앞서 취재진에 "형법 112조는 신이 팩스로 보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법이니 고칠 수 있다"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수 없다면 나라가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왕실모독죄는 지난해 태국 정부 구성 과정에서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전진당은 총선 승리 이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피타 총리 후보가 의회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 표를 얻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등 기득권 세력이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을 문제 삼아 반대표를 던졌다.

군부가 개정한 헌법에 따라 태국 총리 선출에는 상원 의원들도 참여한다.

친군부 보수 진영은 공약 철회를 요구했지만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제2당 프아타이당이 왕실모독죄를 개정하지 않고 전진당을 연합에 포함하지 않는 조건으로 친군부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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