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ELS 판매’ 우리은행, 전화위복 기회 맞나
금융권 일각 “타 은행과 전문성 차별화 없어” 시큰둥
“증권사 채널 부족해 재구매 고객 몰려 반사이익” 긍정 전망도
우리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이 ELS 판매를 지속할 것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ELS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우리은행은 상품판매 관련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통해 H지수 ELS를 선제적으로 판매 제한해 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며, 이를 ELS 판매를 계속하는 근거로 삼았다.
또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전부터 ELS 판매창구를 프라이빗뱅킹(PB) 창구로만 제한하고, 판매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고 판매경력이 풍부한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상품판매 창구와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며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돼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타 은행들도 PB 창구로 판매를 해왔고, 애당초 파생투자 상품 자격증이 있는 직원만이 ELS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어떤 점이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또 우리은행의 판매 및 손실 예상 규모가 미미한 것도 선제적인 판매 제한 때문이기보다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기에 파생상품을 판매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논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DLF사태 이후로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PB 쪽으로 많이 몰고, 영업점 자체에서는 판매를 많이 안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시중은행들이 몇조원씩 판매한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400억원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결정이 우리은행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ELS 상품 재가입율은 91.4%에 달한다. ELS 재구매를 희망하는 고객들이 몰리면 ‘불완전 판매’에 대한 리스크는 줄이고, 비이자이익은 늘리는 등 우리은행 측에 다양한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며 “다른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주춤하고 있고, 증권사들도 채널이 부족하기 때문에 ELS 고객들이 우리은행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수정 기자 k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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