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160이닝 던져야 FA 선수"…'인센' 없으면 4년 26억 임찬규, 올해는 불펜에 신세 안 진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풀타임으로 돌면 규정이닝은 기본이고, 150이닝 160이닝을 던지는 게 FA 선수의 자격이라고 봐요."
임찬규는 지난달 LG 트윈스와 최대 4년 50억 원이지만 인센티브 없으면 보장액은 26억 원에 불과한 FA 계약을 맺었다. 구단은 보장액을 조금 더 늘리고 총액은 적은 계약을 제시했는데, 임찬규가 스스로 보장액을 줄이는 대신 인센티브를 늘려 총액 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임찬규는 "구단에서 보장금액을 더 올려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보장금액을 낮추더라도 내가 열심히 하고, 올해처럼 잘해서 (인센티브를)받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팬들에게도 구단에도 나에게도 당당한 계약이었으면 했다. 당당히 받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임찬규는 스스로 납득할 만한 기준을 공개했다. 다른 여러 목표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투구 이닝을 지금까지 그 어떤 시즌보다 많이 기록하고 싶다. 그는 30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면서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돌면 규정이닝은 기본이고, 150이닝 160이닝을 던지는 것이 FA 선수의 자격이다. 성적이 10승 20승인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닝을 많이 책임졌다는 것은 책임감이 있다는 거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임찬규는 지금까지 11시즌 동안 규정이닝을 3번 달성했고, 아직 150이닝의 벽을 넘겨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는 2020년 27경기에서 147⅔이닝이 한 시즌 최다 이닝 기록이다. 2018년 처음 규정이닝을 채웠을 때의 146⅔이닝이 두 번째고, 지난해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39이닝을 기록했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⅔이닝을 던져 144⅔이닝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드러내놓고 '커리어 하이'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150이닝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임찬규는 "사실 예전에도 많은 이닝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또 이닝 욕심을 내면 그런 게(안 좋은 영향이)있더라. 그래서 올해도 작년처럼 하나하나 던지면서 150이닝 이상 던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찬규가 이닝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자신을 포함한 선발투수들이 더 힘을 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LG는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떠났고 함덕주가 수술로 전반기 등판이 불투명하다. 선발 전환에 성공한 '이닝이터'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해 5선발이 다시 공석이 됐다.
임찬규는 "작년에 수비 공격 불펜이 다 좋았다. 대신 국내 선발이 약했다. 앞으로 캠프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우리 국내 선발들이 이닝을 많이 못 책임졌던 것들을 만회한다면 (불펜의)누수가 복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보다 1경기 1~2이닝만 더 책임져도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다. (최)원태도 올해가 (FA를 앞둔)중요한 시즌이다. 작년에 불펜에 신세를 졌으니 올해는 우리 선발들이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FA 첫 해가 중요하다"
"마운드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무조건 안 좋더라. 그래서 최소한만, 가능한 단순해지고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계속 생각이 났다.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외부요인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목표로 잡으면 자꾸 쫓기더라. 그래서 그냥 공 하나를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계속 경기 전부터 며칠 동안 매일 (이미지트레이닝) 훈련을 했다. 마운드에서 혹시나 그런(결과에 대한) 생각이 들 때 (떨쳐내고)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그런 점들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임찬규는 지난해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비결이 마인드 컨트롤에 있다고 했다. 또 "결론은 단순하다. 과거를 만회하겠다는 것은 결과에 대한 목표다.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다. 내가 만회해야지, 퀄리티스타트를 해야지, 아니면 5이닝을 던질 거야 이랬을 때 목표가 안 이뤄지고 있으면 마운드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실패를 반복했다. (이제는)감독님이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내용 신경 안 쓰고 전력투구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고도 했다.
이렇게 심리적인 압박이 경기력에 악영향이 된다고 생각하는 임찬규지만, 올해가 FA 계약 후 첫 시즌이라는 점에는 의미를 뒀다. 임찬규는 "동기부여 측면을 생각하면서 계약했다.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못 하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캠프 가기 전부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FA 후 첫 시즌을 맞이하는 거니까, 4년 동안 중요하지 않은 시즌은 없지만 첫 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는 확실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선발승 같은 욕심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목소리를 높이며 "정말 하고 싶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이 다 목표다. 우승도 하고 싶고, 3점대 평균자책점도 해보고 싶고, 15승도 하고 싶다. 다 목표인데 이런 것들을 목표로 두면 내가 (심리적 압박 때문에)못 이룬다. 그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된다. 잘 던져서 올해는 정말 한국시리즈 승리가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은퇴하면 해설위원 확정? 임찬규 '원 포인트 특강' 비밀은
- 후배들에게 원포인트 조언을 잘 해주더라. 본인 경험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따로 배운 것인지.
"대부분 경험이다. 그런데 그 경험을 그대로 그 친구들(후배들)에게 입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경험해 보니 투구 밸런스가 안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쉬면서 투구 템포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유)영찬이 같은 경우에는 공이 자꾸 왼쪽으로 간다면서 폼이 왼쪽 어깨가 열리고 뭐 이런 얘기를 하더라. 그냥 오른쪽으로 던지면 된다. 그만큼 심플하게 설명을 한다. 복잡하지 않게. 일단 경기를 나가야 하니까 어렵게 접근하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 그렇게 알려주는 것도 사실 기술 아닌가.
"그렇다. 어떻게 보면 기술이다."
- 센스라고 보나.
"내가 만약 야구를 그만뒀을 때 모든 분들이 생각하시는 (해설위원의) 재능인 것 같다. 내가 표현을 잘하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잘 알아듣게 그 친구들 시선에서 얘기를 잘 하는 것 같다."
- 책도 많이 읽지 않나.
"사실 최근에는 솔직히 많이 안 읽었다. 하비 도프만 선생님의 책은 계속 읽고 있다. '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게임'(절판) 이라는 책이다. 나에게는 성경 같은 책이다. 원정경기나 스프링캠프나 늘 들고 다닌다. 아무데나 펼쳐봐도 다 좋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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