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식 하차, ‘배추’ 고발, ‘사직구장’ 제소 [권태호 칼럼]
‘이태원 참사’는 얼마나 진상을 규명했고, 징계받은 사람은 몇명인가.
‘허위’는 누가 했고, ‘오해’는 누가 하게 했는가.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가 2월8일 하차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뉴스하이킥’을 겨냥해 연이어 법정제재를 내리자 “엠비시에 더 부담을 줄 수 없어서” 결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지난 1월11일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구체적 사유는 지난해 12월13일 방송에서 패널로 나온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이제 대통령의 꼬붕들만 남아 있다”고 한 발언과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보고서를 근거로 “국민의힘이 1당이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 부분이다. 정치적 균형, 공정성, 품위유지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회의록을 보면, 표적은 진행자다. 일부 위원들은 엠비시 책임자(라디오국 시사콘텐츠 제작파트장)에게 “신장식을 데려온 자가 누구냐”고 물었고, “진행자를 보면, 이 프로그램 중지시켜야 된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임기(올해 8월)를 다할 수 있게 되자, 그때까진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방송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연말 엠비시 부근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영향을 미치는 벌점이 계속 쌓이자, 하차를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뉴스하이킥’에는 ‘신장식의 오늘’이라는 앵커 멘트가 나온다. 진행자가 직접 작성한 짧은 의견이다. 또 그는 패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변호사로서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부연 설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의견의 영역에 속하는 이런 멘트들이 허구의 추론을 부추기거나 이유 없는 비난일 때는 없었다고 판단된다. 다만 그의 비판은 주로 대통령과 여당 등 권력자를 향한다.
31일 신 변호사와 통화했다. 그는 “자칫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반대로 중립을 표방해 ‘물타기’가 되는 것을 피하고, ‘사실’을 해석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 진행자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손석희 앵커 등 이미 시사프로에서 ‘적극적 진행’이 확장돼왔다. 다만 의견은 사실에 바탕을 둬야 하고, 논리적 비약으로 가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선거방송심의위를 꾸리면서 과거와 달리 직접 선거방송을 하는 티브이조선에 위원 추천권을 주고, 보수미디어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을 2명이나 넣는 등 ‘편파 구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공정·객관·편향’을 말하는가. 설령 방송 진행자가 시사프로에서 의견을 말하더라도, 이는 여론·미디어 시장에서 판단되고 판정받으면 될 일이다. ‘뉴스하이킥’은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가르치려 드는가. “국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시사보도를 일일이 심사하고 제재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김준일 뉴스톱 대표, 1월31일치 한겨레 칼럼) 지금의 조처는 사후검열을 통해 사전검열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대통령실은 제이티비시(JTBC)와 또다른 마찰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시장 상인들을 격려하며 “여러분 매출 오르게 힘껏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해당 장면에 “배추 오르게”라는 자막을 넣었다는 이유다. 대통령실 항의로 제이티비시는 자막을 수정했고 “단순착오 오기로 확인돼 바로잡는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훼손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운운하기도 했다. 이게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관계자 전원 징계, 법적 처벌 받아야”(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 등) 할 일인가.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는 얼마나 진상을 규명했고, 징계받은 사람은 몇명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오마이뉴스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지난 10일 부산시당 간담회에서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사직구장에서 야구 관람했다”는 부제를 달았다는 것이다. 연설 직후 ‘좌천 시기인 2020년은 코로나로 무관중 경기였는데, 어떻게 봤다는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 위원장은 2020년 아닌, 2008년 사직구장 응원 사진을 공개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잘못된 허위 보도로 일반인들이 한 위원장이 허위 사실을 발언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허위’는 누가 했고, ‘오해’는 누가 하게 했는가. 2020년에 ‘사직구장’엔 안 가고, ‘사직’동 길거리에서 텔레비전 중계로 야구를 봤단 말인가. “한 위원장은 ‘사직구장’이 아닌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고 말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라고 정정하면 되는 건가.
2024년 대한민국 언론의 ‘체험 삶의 현장’이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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