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의 여담] 기술 발달, 가짜 뉴스 확산의 독일까 약일까
김민형 |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내다보며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의 위험을 다시금 거론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짜 뉴스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 2016년 미국 대선 때쯤이었다. 당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뉴스의 확산을 도모하는 웹사이트들이 대거 증가하면서, 두 후보 클린턴과 트럼프에 관한 해괴한 소식이 나날이 증가했고 실제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이 특히 트럼프 반대파 사이에 퍼졌다. 이런 분위기를 배경으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매체에서 가짜 뉴스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강구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선거 부정의 풍문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돌면서 트럼프가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이들이 미국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는 기이한 사건도 있었다. 올해도 이런 위험에 대비가 제대로 되었는가 많은 언론인이 묻고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가짜 뉴스가 상당히 오래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가령 유럽에서 계몽주의 시대였던 1755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약 1만2천명이 죽는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하늘의 벌, 성모 마리아의 발현 등 종교적인 가짜 뉴스들이 널리 퍼졌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이콥 솔 교수는 이 사건이 사상가 볼테르가 유명한 반종교적인 풍자 소설 ‘캉디드’를 쓴 동기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몇년 전 뉴욕대학 조슈아 터커와 공저자들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가짜 뉴스의 확산은 사회적인 염려에 비해서 흔하지 않다. 이 논문은 문제가 됐던 2016년 미국 선거운동 기간 페이스북에 나타난 가짜 뉴스 공유현황을 통계 조사했는데, 가짜 뉴스를 하나라도 공유한 사람은 표본의 약 8%, 세개 이상 공유한 사람은 2%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노년층이라는 사실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조사에서 65살 이상 노년 사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공유할 확률은 18~29살 젊은이보다 3~4배 컸다. 그런 현상을 설명하는 한가지 가설은 젊은 계층일수록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 어떤 뉴스든 여러 사이트와 관점을 비교 검증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즉, 가짜 뉴스 확산에 노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 한몫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럽에서 인쇄기술의 발전은 15세기 이후 허위 정보의 확산을 급격히 촉진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의 보편화도 가지고 왔다. 또 인쇄매체를 이용한 풍문의 남발이 객관적인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19세기 말부터 현대적인 형태의 근거 기반 신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솔 교수는 지적한다.
당시처럼 현재의 기술 문명도 허위 사실 배포의 도구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와 싸울 수 있는 정밀한 도구들도 대거 제공하고, 진실한 정보에 대한 의식을 전체적으로 높여 준다는 것이 이런 연구가 제시하는 중요한 가능성이다.
기술 문명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교육과 학문에서 특히 뚜렷하다. 학문적 자원의 공유가 쉬워진 것도 중요한 발전이지만 일상적인 담론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가령 나 자신이 수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발견하는 점은 20세기 이전 학자들의 연구가 대체로 객관적인 근거와 연결이 잘 안된다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유명한 학자라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언을 하면 곧 탄로 나기 때문에 만사에 더 조심스러워진다는 인상이다. 즉, ‘학문적인 가짜 뉴스’를 제어하기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짜 뉴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명하기 어렵다. 언어는 세상 현상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뿐더러 정치적 대치 관계에 있는 두 그룹이 서로에 대한 뉴스의 참/거짓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현재 가자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 가운데서도 사회 구성원들의 관점 차이에 대한 끊임 없는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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