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사실관계 인정한 법원…판단 근거는
"'제보자X' 판결문 전송, 비밀 누설 맞아"
손준성 "1심 판결 수긍 못해…항소할 것"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지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의혹 일체를 부인하던 손 차장검사와 달리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사건 의혹 사실 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며 손 차장검사의 관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손 차장검사는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차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 손 차장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 총 4개 혐의로 기소됐다.
먼저 재판부는 고발장이 첨부됐던 텔레그램의 메신저 특성에 비춰 당시 메시지에 표시된 '손준성 보냄' 문구 등을 근거로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송한 당사자가 손 차장검사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기능상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상단에 피고인이 아닌 전송자의 이름으로 '보냄'이 표시된다"며 "이에 따라 피고인이 이 메시지를 최초 생성해 다른 이에게 전송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제보자로부터 해당 자료들을 받은 뒤 제보 거절의 의미로 그대로 반송했을 수 있다'는 손 차장검사의 주장은 배척했다. 제보를 거절하기 위해선 '제보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만 보내면 되는데, 이미 받은 자료를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반송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가 관련 판결문과 법조인대관을 검색한 점, 수사기관이 공소장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순차로 공모하였다' 등 표현을 담아 고발장이 작성된 점 등을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고발장 작성에 검찰 내부 인사가 개입했고, 손 차장검사 역시 관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아울러 "(해당 고발장은) 검찰 또는 그 구성원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고 있다"며 손 차장검사의 범행에 나설 동기가 충분하다고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발장 초안의 작성과 전달 자체만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이 사건 각 고발장이 2020년 4·15 선거일 전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경우 1차 고발장에 한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손 차장검사는 해당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송할 당시 '제보자X가 지○○(지씨의 실명)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씨와 관련된 실명 판결문을 함께 보냈다. 이 실명 판결문에는 지씨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사기·횡령 전과 등이 기재돼 있어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손 차장검사가 개인정보 및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했다고 인정,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2차 고발장에는 피고발 대상자들의 발언이 허위라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 이는 의견, 주장에 불과해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일부 내용들 역시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로 봤다.
손 차장검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 "(1심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리관계를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이 이 사건 의혹의 사실 관계를 인정하는 취지 판단을 내리면서 '윗선'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분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검찰청의 조직과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이 검사 개인의 일탈일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며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당시의 혐의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범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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