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발사주' 손준성 징역 1년…검찰권 남용"
'전달' 내부서 끝나…선거 개입 없어 "무죄"
"공무상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 모두 유죄"
손준성 "사실·법률관계 모두 부정…항소할 것"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21대 총선 직전 범민주당 고발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사주한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형량은 징역 5년이었다.
21대 총선 앞두고 고발장 전달
법원에 따르면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시절이던 2020년 4월 3일,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와 공모해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텔레그램을 통해 김 후보와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은성씨에게 순차적으로 전달한 혐의다. 이른바 '채널A사건' 제보자 지현진(제보자X)씨와 당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열린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고발 대상이었다. 고발장에는 최 의원 등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총선을 12일 앞둔 상황이었다.
닷새 뒤 같은 방법으로 최 의원에 대한 별도의 고발장을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을 자신이 다니는 로펌 인턴으로 채용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김웅 의원 "증거 없어" 불기소
공수처는 2022년 5월 4일 공무원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로 손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지씨 판결문이나 개인정보 등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도 추가됐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서는 사건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공수처 기소 대상이 아니라며 검찰로 이첩했으나 검찰은 추가 조사 결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손 검사장은 '해킹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의혹 제기 단계부터 텔레그램 전송 사실을 격렬히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초 보도 기자가 제출한 동영상과 조씨 휴대폰 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직접 전송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제보 받았다면 거절하면 그만"
손 검사장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자른 제보자로부터 받은 뒤 거절 의미로 반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냥 '이 제보는 받을 수 없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될 것이지 굳이 받은 자료를 저장한 뒤 다시 전송하는 번거로운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전송한 2차 고발장 사진에 인용된 구체적 판결 문구는 대검이 발간한 공직선거법 벌칙해설서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의 선고일 등을 조회해 보충해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손 검사장과 조씨 사이에서 김 의원이 전달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각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과 도달이 18차례에 걸쳐 반복된 점 △모든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으로 표시된 점 △손 검사장과 김 의원 사이에 제3자가 있다는 다른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선거법 위반 예비·음모 처벌규정 없어"
재판부는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손 검사장과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한 행위는 공모자들 사이 또는 그들을 방조한 사람들 사이의 내부 전달에 불과할 뿐 공직선거법 위반 범행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공직선거법위반에 관한 미수범이나 예비,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각 공직선거법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시대에 국민들이 검사에게 더욱 중요하게 요청하는 것은 그 권한을 법령과 양심에 따라 적절하고 공정하게 행사해 달라는 것이고, 그러한 국민들의 요청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제보자와 당시 여권 정치인들, 언론인들을 고발하는 데에 활용하고 정치인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사안 엄중하고, 죄책 또한 무거워"
이어 "비록 결과적으로 피고인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지만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공무상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죄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제까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약 20년 동안 검사로서 성실히 복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제보자에 대한 대략적인 행적과 전과 사실이 이미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져 있는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범행으로 제보자의 사생활의 비밀·자유 등 권리가 침해된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다고 평가할 여지도 일부 있다"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1심이 판단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다 수긍할 수 없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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