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만드는 정치인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2024.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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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60대 괴한에게 습격당한 뒤 쓰러져 있다. 뉴스1

1월 초 부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했다. 그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는 60대 남성으로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다가간 뒤 그의 목 부위를 찔렀다. 상의 재킷에 길이 18㎝ 흉기를 숨기고 있었던 그는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밝혔다. 공격 대상도 아주 명확했던, 철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 그가 작성한 변명문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 나라가 좌파 세력에게 넘어가게 되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 문장 하나로도 정당과 정치에 대한 혐오가 가득 담긴 마음이 읽힌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배현진 의원이 한 남성에게 습격을 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범인은 중학생이었다. 서울 한 건물에서 개인적인 일정을 보던 배 의원을 돌로 17차례 가격했다. 그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물었고 그의 공격에 배 의원이 쓰러졌지만 계속 돌로 내리찍었다. 이 역시도 계획 범죄의 모습이다. 국회의원 이름과 얼굴을 명확히 아는 중학생이 흔치도 않지만, 대상을 확인하고 공격했다는 것, 그리고 쓰러지는 피해자를 보고도 공격을 지속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공격에 이유와 감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이 대표와 배 의원을 공격한 자가 어떤 정당을 지지했는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었는지, 우울증 전력이 있었는지 보도가 쏟아지지만 그들만의 이상성을 보도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과 위험성을 희석시킨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머리를 가격당했다. 뉴스1

이 대표와 배 의원의 피습 사건의 뿌리는 혐오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우리 사회 혐오 정치의 위험수위를 보여준다. 임계치를 넘은 혐오정치는 이처럼 직접적으로 정치인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 최종적 피해자의 다수는 국민이 된다.

실제로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극단적 표현은 그 사회의 혐오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 위협 가설은 특정집단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집중될 때, 그 집단에 대한 폭력적인 혐오 범죄가 증가함을 예측한다. 특정 성별, 종교, 인종에 대해 긍정적 정책이 집중적인 고려가 될 때, 오히려 이들에 대한 폭력과 혐오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담성 가설은 특정집단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가 그들에 대한 더욱 대담한 혐오 공격으로 이어짐을 설명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기조로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펴자 미국 사회 내에서는 라틴계 사람들에 대한 혐오 표현과 공격이 대담해지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은 혐오범죄의 증가를 명확히 경험했다. 흑인, 이민자, 그리고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혐오 정치로 누군가는 표와 권력을 얻었지만 국민은 예측할 수 없는 혐오범죄 피해자가 되었고 분열된 사회 속에서 두려워했다. 정치인의 피습을 보면서 가해자가 가졌던 구체적 목적, 가해자가 받을 처벌보다 혐오를 조장하는 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 혐오를 만들고 이용하는 자가 바로 혐오 범죄 가해자이다.

이준석(오른쪽)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국방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고령자 집단에 대한 혜택을 수정하고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여성은 병역을 필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국방정책을 발표했다.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를 4월 총선에 이용해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너무나 위험하고 얄팍하다. 그는 혐오정치로 표를 얻겠지만, 국민은 여러 집단으로 분열될 것이고 대담성 가설이 추측하듯 더 많은 국민들은 대범한 혐오범죄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혐오는 누가 만들어 내는지, 누가 국민을 혐오 범죄 피해자로 내모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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