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스타트업 육성, 빌바오 효과를 활용하자

2024.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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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지역혁신이노베이션포럼 부회장

스타트업 민간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3년 국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284건, 총 투자금은 5조3388억원이었다. 2022년과 비교할 때 투자 건수는 1765건에서 1284건으로 27%, 투자 금액은 11조1404억원에서 5조3388억원으로 52% 각각 줄었다.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토스뱅크, 무신사, 비욘드뮤직, 컬리 등 9곳이었다. 2022년 1000억원 이상 투자는 23건이었는데, 14건이 줄었다. 작년에 투자금을 회수한 스타트업은 인수·합병이 53건, 상장이 9건이었다. 2022년과 비교해 인수·합병이 126건에서 53건으로 57.9% 급감했다.

이처럼 스타트업 생태계는 겨울철 날씨만큼 매우 춥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필자는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에 새로운 도전 의식과 희망을 주고자 '스페인 빌바오의 도시재생 성공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다. 철강과 운송업이 발달해 19세기에 큰 호황을 누렸던 도시다. 큰 호황을 누렸던 시기에는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잘 살았던 도시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30%에 이르자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게 되면서 점점 침체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던 정부는 빌바오를 전통적인 경제 기반으로부터 다각화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빌바오를 중공업 기반 경제에서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새로운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했다. 이 중 문화산업 육성을 통해 도시재생을 구상하던 중 구겐하임 재단이 유럽에서의 새로운 미술관 입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를 추진했고 1997년 개관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개관 이후 약 2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고, 3년 만에 초기 투자액의 7배가 넘는 수익과 개관 이후 약 65억 유로(약 9조4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왔다.

그러나 실제로 구겐하임 미술관 추진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당시는 '문화산업 육성을 통해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효과성이 담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은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기존 산업을 포기하면서 과감하게 전략을 추진해 쇠락을 거듭하던 빌바오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촉발한 관광산업 호황이 이뤄졌고, 이후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를 두고 '빌바오 효과'라고 부른다.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가 녹록지 않다. 금리, 경기침체 등 전반적인 경영환경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며 정부의 과감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로 힘들어하고 있는 지방도시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나아가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도시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작은 소도시 빌바오가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는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과감한 정책 추진이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인구감소 시대에 지방도시의 도시재생 관점에서 각 지방도시마다 특성과 전략에 적합한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빌바오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신창래(開新創來)는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는 의미다. 즉 직면한 현실을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뜻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지방정부는 '개신창래' 자세로 과감하게 스타트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각 지방도시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육성된다면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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