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자 존중 안하면서 안전·품질 요구할 수 있나 [왜냐면]

한겨레 2024.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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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관리자로 2년 넘게 근무한 적이 있다.

현장 선배들은 건설기술자들과 업무상 갈등관계와 적당한(?) 기 싸움을 유지하되, 직접적 충돌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대형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이렇게 다국적화되고 건설기술(자)을 경시하고 하대하는 건설현장 문화가 누적된 결과다.

건설기술자를 하대하면서 숙련도가 필수적인 시공품질과 안전시공을 요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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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상효 |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트임 대표

건설현장 관리자로 2년 넘게 근무한 적이 있다. 감리자가 아닌 현장관리자가 되다 보니 현장소장과 같은 책임자급 회의보다, 하부공정 하도급사의 건설기술팀장(이른바 십장)에게 업무를 전달하고 지시하는 일이 많았다. 필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건설기술자(이른바 노가다)들과 그들의 ‘언어’로 관리하는 일을 했다. 현장 선배들은 건설기술자들과 업무상 갈등관계와 적당한(?) 기 싸움을 유지하되, 직접적 충돌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매뉴얼화된 제조업과 달리, 건설현장은 근로자의 숙련도뿐 아니라, 감정과 의욕이 시공품질과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내가 본 건설기술자들은 항상 공격적이며 분노에 차 있었다. 거친 노동과 선후-공정과 동시-공정 사이 분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회가 ‘노가다’라고 경시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내가 더 크게 느낀 이유는 현장에서 존중받아야 할 기술자임에도 심리적으로 하대받는다는 것이었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기술 보유자가 자존감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우리 사회는 흔하게 건설현장업계를 ‘무기술’ ‘막일’이란 의미로 ‘노가다’라 통칭하지만, 그분들은 엄연히 고도로 숙련된, 그리고 존중받아야 할 건설기술자들이다.

현장에 붙어있는 ‘안전제일’ 표어가 한글, 중국어, 영어로 표기된 지 오래됐다. 한국 건설기술자들은 고령화됐다. 경험 많은 현장소장들은 공정마다 기술자들이 보유한, 축적된 기술의 전수는 고사하고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오시공과 안전사고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대형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이렇게 다국적화되고 건설기술(자)을 경시하고 하대하는 건설현장 문화가 누적된 결과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먼저 건설현장에서 기술자를 대하는 심리적 처우와 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노가다’로 부르는 순간, 그분들이 보유한 기술력은 ‘무기술’로 전락하고 단순 ‘막일’로 하향된다. 건설기술자를 하대하면서 숙련도가 필수적인 시공품질과 안전시공을 요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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