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북토크 경험

한겨레 2024. 1.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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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애리 작가 인스타그램 갈무리

[똑똑! 한국사회] 유지민 | 서울 문정고 1학년

살면서 감명 깊게 읽은 책 저자 북토크를 진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성수동에서 ‘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법’(2023) 저자 백애리 작가 북토크를 기획하기 전까진 말이다.

백 작가는 잡지출판사와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다 홀연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이후 국제 비정부기구(NGO) 본부를 거쳐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방대’ 출신 ‘여성’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유학을 떠나기부터 현재 자리에 서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유쾌하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소개한다. 영어 실력 변변찮은 가난한 유학생이 겪은 온갖 고난과 성취의 순간들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해외 유학과 취업을 꿈꿔왔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내겐 무척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뒤, 작가와 소셜미디어 친구 사이인 엄마를 통해 잘 읽었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뜻밖의 제안이 돌아왔다. 휴가 때 한국에 와 있는 동안 함께 북토크를 진행하자는 얘기였다. 시험 기간과 겹쳐 며칠 고민하다 수락했다. ‘꿈에 쫓기는 대신 좇는 방법’으로 북토크 제목을 정하고, 일시를 협의해 정하고 장소를 섭외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사를 알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20명가량이 매서운 한파를 뚫고 행사장을 찾아 백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북토크의 두가지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diversity)과 소수성(minority)이었다. 국제기구는 전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일한다. 그 누구도 드러난 겉모습만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국제기구에서는 모두가 지방대 출신”이라는 말도 나왔다. 모두가 다른 나라의 대학, 명문대를 잘 알지 못해 학벌주의적 관점으로 타인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기구에는 장애를 가진 이들도 많이 근무한다고 했다.

물론 사회적 장벽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특히 코로나 이전까지 여성, 장애인, 개발도상국 직원 등은 행사 참여 등에 제약이 많았다고 했다. 활동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고위직은 남성 쏠림 현상도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장벽이 완화되고 있단다. 자연스레 다양성이 증가하고 소수자들의 발언권도 강해졌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데 중요한 건 결국 자신의 능력이었다. 주어진 일을 잘해내는, 또 동료들과 협업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여기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방법도 소개됐다.

첫째는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이다. 몰입하는 순간의 집중력과 작은 성취에서도 자기 효능감을 확인할 줄 알아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 “큰 성과를 내지 못해도 성취하는 과정 자체에 열정적으로 임하라”는 주문이었다. 다음은 내면의 열등감 지우기다. 한 참석자가 타인과의 비교 때문에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백 작가는 부정적인 것에 얽매이기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살면서 크고 작게 행복했던 기억을 정리해 보며 자신을 알아가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 또한 나를 알아가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실패는 곧 낙오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하는 태도를 가지겠다고 다짐했다.

북토크 제의를 받고 망설인 건 시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런 행사 기획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미숙함이 참석자와 작가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웠다. 그러나 북토크가 끝난 뒤 깨달았다. 성공적인 행사는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숙련된 진행자로 도움을 준 엄마, 소중한 시간을 내준 참석자들, 바쁜데도 도와주러 온 친구들까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점도 실감했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은 물론, 타인과의 협력이란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준 북토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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