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에 "현실 고려한 합리적 IRA 이행규정 마련돼야"(종합2보)
韓 "대미투자 상응 보조금 혜택 받아야"…美 "반도체 등 많은 이니셔티브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한미 외교차관이 양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정례 채널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가 31일 서울에서 열렸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오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8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조기경보시스템 협력 등 다양한 경제안보 현안과 개발·인프라·기후 등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은 최근 정부와 업계가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IRA의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과 관련한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그런데 지난달 발표된 세부 규정안에서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FEOC로 규정되면서 중국산 핵심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외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최근 의견서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강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공급망 현실을 고려하는 합리적 이행 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국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에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미 행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법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도 보인다. 미국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인데, 대미 투자 한국 기업들도 이에 따른 지원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문제는 이번 협의회에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 재계를 중심으로 플랫폼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페르난데스 차관이 이 문제를 거론하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외교부는 플랫폼법이 이번 SED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번 SED에서는 공급망 등 경제안보 의제, 개발·인프라·기후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협의회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플랫폼법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반도체, 청정에너지 등 양국 간의 많은 이니셔티브를 논의했다. 훌륭하고 생산적인 회의였다"고만 말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이 공식 회의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방한중 다른 행사 등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밖에 강 차관과 페르난데스 차관은 흑연을 비롯한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를 위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 한국·미국·몽골 3자 핵심광물 협의체 등을 통해 협력을 계속 강화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위해 2022년 6월 미국 국무부 주도로 출범한 협력체로, 중국의 수출 통제 등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 정부는 군사 용도 전용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에 더해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천연흑연의 수출통제에 나선 바 있다.
양측은 아세안과 태평양도서국 등을 상대로 디지털 격차 해소, 기후변화 대응 등 분야에서 한미가 협력할 방안도 논의했다.
양국 차관은 협의회 후 만찬도 함께 했다. 이날 협의회는 이달 취임한 강 차관의 첫 공식 양자 협의 일정이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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