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이란 때리자" vs "확전 피해야", 美 정치권 갑론을박

박영서 2024. 1.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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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미군기지 드론 피습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자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아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등과 긴급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중동 주둔 미군이 다수 사상한 사건에 대한 '보복'의 범위와 강도를 놓고 미국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직접 때려야 한다"는 주장과 "확전이 안되는 선에서 보복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공화당 매파들은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이란 관련 업무를 맡았던 가브리엘 노로냐는 "이란은 역내 무장세력들을 이용해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강력한 대응만이 이 문제를 풀어낼 해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도 가능합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여러 차례 이란과 충돌을 빚었지만 본토를 공격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지요. 민약 이번에 이란 본토를 공격한다면 중동전쟁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해외에서 무력을 사용하려면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과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인디애나) 등은 최근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중동에서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감행하기에 앞서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확전을 경계하는 입장도 강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은 강경 대응을 공언하면서도 이란과의 전면전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미국이 또다른 중동 전쟁이란 수렁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대화를 할 것"이라며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요르단 주둔 미군에 대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에 어떤 형태로 대응할지를 결정했다"고 말해 조만간 보복 공격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 영토 내부를 타격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어떻게 할지 예고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 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더 큰 분쟁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역내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과 중동 각지의 친이란 무장세력의 도발을 억제할뿐 이란과의 직접적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임을 밝힌 것이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진 대응 카드는 대략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란을 겨냥해 직접적인 무력을 행사하거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주변국 무장세력을 공격하거나,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이란 본토가 아닌 곳에 있는 이란 연계 자산에 대한 공격일 것이라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전 디마지오 선임연구원은 관측했습니다. 미 육군 중장 출신 안보 전문가 토머스 스포어는 "제복을 입은 이란 군인들을 타격해야만 한다"면서 시리아나 이라크, 예멘에서 활동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원이나 고위 인사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화당 매파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내 고립주의 진영 간의 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지지 선언과 함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하차한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와 보수논객 터커 칼슨 등이 거친 어조로 '이란 공격'을 주장한 공화당 매파를 비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 중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초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폭격을 명령해 그를 폭살시킨 바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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