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도용도 오케이?"…총선 앞두고 대구은행 앞길 터주는 금융당국

김경렬 2024. 1.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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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결격사유' 미적용
이르면 3~4월 추진할듯
<연합뉴스>

DGB대구은행의 국내 1호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됐던 '임직원의 결격 사유' 요건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7월6일 시중은행 전환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10월 직원 114명이 고객 1552명의 명의를 도용해 1662개 증권계좌를 멋대로 개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전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를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제재 확정 전'이라면 인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금융사고가 '주주'가 아닌 은행이나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인가 절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구은행의 불법 명의 도용은 아직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은행에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정책 보완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의 불법·일탈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를 선언한 상황에서 서둘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 추가 설립은 금융을 넘어 정치적 이슈로 논란을 거듭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충청권의 지방은행 설립이다. 이른바 충청은행은 지난 2022년 충청도에서 2억원을 들여 지방은행 설립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립 기대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간에 의견 충돌로 잠정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은행 설립 논의는 대전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대전 동구 당협위원장인 윤창현 의원(비례대표)은 '대전은행' 설립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 다만 이마저 투자금이 모이지 않고 기관별로 마찰을 빚어 예상만큼 일을 벌리지 못한데다 속도도 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2027년을 설립 목표로 올해 하반기 대전투자금융이 개소할 예정이지만 시중·지방은행 대비 일부 기능만 갖고 있는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현 정부 핵심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4월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지역 시민들과 약속한 정책 아젠다인 '서울 소재 금융공기관의 부산이전'을 내부 직원들과 상대진영의 반발로 강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이르면 3~4월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원의 제재 처분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주주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라면 임직원의 위법행위는 판단 요소에 넣지 않는다.

인가신청한 후 제재가 확정될 경우에는 대상 임원에 대한 조치계획 등에 대해 신청인의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외부평가위원회에서 그 적정성을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처리 방식은 기존 지방은행 인가내용을 시중은행으로 변경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불필요한 행정비용 낭비를 막고,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인가에 대한 별도 폐업인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시간이 더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신청인이 희망할 경우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예비인가는 신청인의 본인가 가능성 등을 사전에 확인해 불필요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취지를 고려할 때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예비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기존 인가내용의 '중요사항 변경사항'에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에 신규인가에 준해 모든 세부심사요건을 심사할 계획이다 "며 "향후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신청 시 해당 절차로 진행할 예정이고, 추후 은행법 개정 통해 은행업 종류의 전환절차를 명시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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