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보다 낫네…기아 현대차 제치고 시가총액 6위 등극
‘아우’ 기아가 ‘형님’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6위에 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가 뒤바뀐 것은 현대차가 2000년 기아를 인수한지 20여년 만이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는 전날보다 4900원(5.00%) 오른 10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도 전날보다 4600원(2.42%) 상승한 19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기아의 상승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날 상승세로 기아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1조3703억원을 기록해 현대차(41조1640억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에 올랐다.
지난해 1월31일까지만해도 기아의 시가총액은 27조789억원으로 현대차(35조6826억원)와 8조원 넘게 차이가 났다.
기아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역대급 호실적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지난 25일 기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11조6079억원이라고 잠정 공시했다. 기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아는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기아는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이 중 50%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50%도 3분기 누계 기준 재무목표를 달성하면 4분기에 추가 소각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 계획은 그보다 작은 4000억원 규모였다.
기아의 결산배당액은 1주당 5600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2100원 올랐으며, 시가배당률은 6.4%이다. 현대차의 결산배당액은 8400원으로 결정됐는데, 2분기·3분기 배당금(각 1500원)과 합치면 연간 총배당금은 1만1500원이다. 시가배당률은 기아보다 낮은 4.6%다.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기아의 주가는 지난 24일(종가 8만7900원)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17.06% 상승했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78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기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마련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기아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기아를 비롯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의 주가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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