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서 발급 불가’ 전산 마비 다시 없게…24시간 감시·위험 분산
연봉 상한 없애 IT 전문가 공직 맡을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이 중단돼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공 전산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시스템을 24시간 감시하고, 위험이 분산되는 구조를 적용한다.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은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우수한 IT 전문가가 공직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연봉 상한을 폐지한다.
정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제34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공공전산망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정보시스템의 장애관리 체계를 확고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라우터 하나에 공무원 인증·정부24 연결돼 다 먹통…장애격벽 구축
정부는 정보시스템 등급제를 개편해 중요한 전산시스템은 1·2등급으로 분류하고 ‘이중화’ 장치를 도입한다. 업무 영향도, 사용자 수, 파급도를 고려한 표준 기준을 마련해 3등급 이하 정보시스템은 단계적으로 통폐합하고, 절감된 예산을 1·2등급 보강에 집중한다. 현재 1만7000여개의 정보시스템 중 300여개만이 1·2등급이다. 재산정 작업은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
정부는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를 이중화해 한 장비가 장애를 일으켜도 동일한 장비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한다. 또 모니터링 인력을 확보하고 운영 시설을 자동화해 ‘24시간 관제’를 실시한다. 내용연수가 지난 전산장비는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서보람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지난해 11월 장애를 일으킨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시스템도 현재는 3등급이지만, 국민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사용 빈도가 높은 만큼 1등급으로 재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애 발생 시 경중에 따라 대응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장애등급’도 산정한다. 높은 장애등급이 부여된 장비는 장애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예방 시스템을 마련한다. 장애 격벽’을 구축하는 등 위험 분산형 구조도 적용해 특정시스템 장애가 동일 영역의 여러 정보시스템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장애격벽은 하나의 장비에 여러 시스템을 연결하지 않고 시스템 별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전산망 마비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 장비는 공무원 인증시스템과 ‘정부24′가 함께 연결돼 있었다. 라우터 이상으로 인증시스템이 장애를 보이다 ‘정부24′까지 먹통이 됐다.
행정전자서명, 모바일 신분증 등 공통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재해복구시스템을 여러 지역에서 동시 가동하는 ‘멀티 리존’(Multi-Region) 방식을 적용한다. 행정·공공기관의 중요도 높은 시스템은 ‘복수 인증수단’ 적용을 의무화한다.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통합 모니터링하고 ‘사이버장애지원단’,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설치해 장애가 발생하면 범정부적으로 대응한다.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은 대기업 포함 모든 기업 참여할 수 있게 허용
우수한 민간 IT 전문가도 채용한다. 지금껏 공공 분야의 낮은 연봉 때문에 우수한 민간 전문가를 채용할 수 없어 정보시스템 첨단화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봉 상한 폐지 대상에 IT 분야도 포함해 문제를 해소한다.
공공정보화사업 중 ‘설계·기획 사업’과 7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은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정부는 2013년부터 삼성·LG·SK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를 제한해왔다.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전산 장애가 발생해 왔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 국민들에게 신속히 안내한다. 재난 법령상 재난 및 사고 유형에 ‘전산망 장애’를 명시하고, 장애 상황 시 기관 홈페이지뿐 아니라 민간 플랫폼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안내한다. 정부는 작년 전산망 마비 사태 때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행안부는 과제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범정부 협의체 등을 통해 정기·수시 점검해 관리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재발 방지에 그치지 않고 정부 행정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시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해 글로벌 글로벌 디지털 선도 국가로서 위상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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