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매출-배추 자막 오기에 "선거조작" 고발까지...선 넘은 여당
'매출 오르게'를 '배추 오르게'로…여당 "고발" "선거조작", 대통령실도 "엄정대응"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JTBC가 유튜브 영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자막 일부를 잘못 표기해 사과했지만 여권은 법적 대응을 넘어 '선거 조작'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JTBC는 지난 25일 의정부 제일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매출 오르게 많이 힘껏 뛰겠습니다”라는 윤 대통령 발언 자막을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습니다”라고 쓴 것이다.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배추 오르게'를 '배춧값이 오르게'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이에 비판적인 주장을 SNS에 게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단장 원영섭)은 28일 “영상 내용과 전후 맥락에 비춰봤을 때 이번 허위 자막 삽입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며 의도적 자막 조작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비판이 높아진 가운데 JTBC는 28일 '뉴스룸' 앵커멘트를 통해 “(25일 유튜브 영상 관련) 현장음과 섞인 발언을 옮기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 온라인 영상물에 대해서 보다 꼼꼼한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며 “시청자 여러분과 관계자분들께 혼선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JTBC의 사과엔 대통령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29일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은 1월28일 JTBC측에 자막 삽입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정정보도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분들께서는 대통령 발언 보도 시 실제 발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대통령실은 대통령 발언의 왜곡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번 일을 '대통령 발언의 왜곡'으로 규정하며 '엄정대응'을 강조한 대통령실의 의중은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에서 구체화됐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한도를 넘어섰거나 금도를 넘어섰다고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는 합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똑같은 실수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지 않나 생각도 한다”고 법적 대응 여지를 남겼다.
급기야 방송통신 기관 등을 소관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일을 “악의적인 가짜뉴스”(28일), “'정치공작'이자 '선거조작'”(30일)으로 주장하는 입장을 연일 내고 있다. JTBC 영상이 보도된 뒤 일부 정치인 등이 이를 인용한 내용이 SNS로 확산되는 일반적인 뉴스 유통 구조를 “조작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전형적인 좌파 세력들의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여권이 이런 주장을 하는 동안 정치권, 언론계 인사들 사이에선 JTBC의 '의도'를 주장하는 지라시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번 일을 'JTBC 자막 조작 오보'로 칭하면서 JTBC가 “교묘하게 자막 조작 편집”을 했고, “좌파 사이트와 야당 정치인들이 이를 퍼나르면서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야권 정치인들과 온라인 사이트에 '배추' 자막이 퍼졌다는 이유로 “내부 네트워킹과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 의원 등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들이다.
윤 대통령 발언 오기는 국민의힘이 JTBC에 대한 법적 대응을 밝히면서 쟁점화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25~30일 '윤석열 배추 오르게'를 키워드로 검색되는 54개 매체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27일까지 0건이던 관련 보도는 28일 15건, 29일 17건 등으로 증가했다.
연관어도 'JTBC' '대통령실'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 '가짜뉴스' '유튜브' '허위사실 유포' '실제 발언' '명예훼손 혐의' 등 순으로 여권 주장과 관련된 키워드가 상위에 올랐다. 포털 네이버에서도 '윤석열 배추 오르게' 관련 기사는 25~27일 단 한 건도 없다가, 국민의힘이 JTBC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힌 28일 하루 만에 45건이 보도됐다.
단순한 자막 오기를 “선거조작”으로 규정 짓고 형사 사건으로 끌고가는 여당의 강경 대응을 두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언론의 위축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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