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키커 자처' 손흥민 "박지성 형 아직도 원망, 후회하기 싫었다" [카타르 현장인터뷰]

[스타뉴스 |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인터뷰에 임하는 손흥민. /사진=OSEN

손흥민. /사진=뉴스1 제공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살 떨리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부담감이 큰 1번 키커로 나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손흥민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승부차기 1번으로 나선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우스갯소리로 저는 아직도 박지성 형을 많이 원망한다. 저와 지성이 형이 워낙 친하고 관계가 좋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후회를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나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에서 연장까지 가는 120분 승부에서 1-1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100% 성공률을 선보였다. 손흥민을 시작으로 김영권(울산HD),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튼) 등 모든 키커가 골을 넣었다. 여기에 '빛현우' 조현우(울산HD)가 두 개의 승부차기를 막아내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이전에는 후반 99분 조규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경기 종료 직전 1-1을 만들었다.

이날 손흥민은 "팀이 하나가 돼서 지금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과정이다. 서포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서포트를 받아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한 발, 두 발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전날 사우디전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엄청 노력하고 있다. 또 많은 팬분들을 웃게 해드리려고 한다. 한국이 결승까지 간다면 2주도 안 남았다. 그 시간 동안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평가는 클린스만 감독님께서 얘기하신 것처럼 대회 끝나고 나서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사우디전도 어려운 순간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좋은 역할을 해줘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와 얘기를 나눴던 손흥민은 "조현우 형에게 특별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힘을 받을 수 있게 힘을 주고 싶었다. 선수들은 차야 하고, 현우 형은 또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차는 사람 입장에서 현우 형이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내가 힘을 보태서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심장' 손흥민은 조별리그 두 번의 페널티킥을 모두 넣었다. 또 사우디전 승부차기에서도 첫 번째 키커로 나와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연습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아서 훈련할 찰 때도 있고 또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선수들에게 야유나 분위기는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공과 내가 차고자 하는 방향에만 신경 쓰라고 했다. 제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수들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킥을 찼다.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자랑스럽다"고 고마워했다.

손흥민 승부차기 장면.

2011년 아시안컵 당시 박지성(오른쪽). /AFPBBNews=뉴스1

손흥민은 농담으로 '대선배' 박지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지성은 지난 2011년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승부차기를 차지 않은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손흥민은 "우스갯소리로 저는 아직도 박지성 형을 많이 원망한다. 저와 지성이 형이 워낙 친하고 관계가 좋으니깐 그런 애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후회를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나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 부진을 털고 난적 사우디를 잡아냈다. 반등 포인트를 제대로 마련했다. 손흥민은 "팀이 더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선수들뿐 아니라 기자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셨을 것이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 또 현장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사우디전을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지는, 단단해지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할수 있었다. 사우디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거기에 너무 젖어 있지 않고, 오늘 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답게 강조했다.

조규성을 꼭 안아준 손흥민(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도하(카타르)=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