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잡고 데뷔하더니 씨름판까지…'모래에도 꽃이 핀다' 장동윤의 끝없는 도전[TEN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1992년생 장동윤은 반듯한 이미지와 함께 소년미가 엿보이는 배우다. 2015년 데뷔하게 된 이력도 그러하다.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장동윤은 학교 동기들과 함께 편의점 흉기 강도를 검거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 표창을 받았다. 장동윤의 인터뷰가 뉴스로 보도되면서 그것을 본 소속사를 통해 데뷔까지 이르게 됐다. 연기자를 꿈꾼 적도, 연기를 전공한 적도 없어서 데뷔 이래 그것이 콤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자신 앞을 가로막은 벽과 허들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마치 자신이 연기한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20년째 씨름 유망주이지만, 샅바는 놓지 않는 김백두 캐릭터와 닮아있는 듯 보인다. 씨름판 위에서 고꾸라지고, 상처가 나더라도 있는 다시 일어나서 버티고 서있으려는 모습은 장동윤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그 가운데서 꽃이 필 수 있다는 희망이 가장 큰 메시지"인 것 같다는 장동윤의 말처럼, 그는 자신만의 토양에서 천천히 씨앗을 발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를 무사히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장동윤은 "김백두라는 캐릭터를 만난 게 나한테는 정말 행운이고 좋은 경험이다. 사람 냄새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서 촬영하면서 힐링이 됐다.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부분이 많지 않나. 청춘이기도 하고, 로코니까. 떠나보내기 싫어질 정도로 아쉬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백두 캐릭터를 연기하며 행복하고 위안을 많이 받기도 했다는 장동윤은 "천하태평인 것도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는 캐릭터처럼 보였다. 허허실실하면서 마냥 바보 같지 않지 않나. 나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려고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속 편하게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자신과 김백두의 다른 점에 대해선 "나는 직설적이지만, 김백두는 다른 사람 눈치 본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씨름을 포기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솔직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집이 엄청 세고 명확하게 추구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장동윤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경남 사투리를 기본으로 두고 연기하면서 "언어에는 뉘앙스가 다 담긴다고 생각한다. 알고 하는 것이랑 모르는 것이랑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올라가기 전까지 대구에 살았었다. 물론 경북과 경남은 말투에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유사한 면이 있어서 많이 도움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극 중에서 씨름을 포기할까도 생각한 김백두에게 힘이 되어주곤 하는 오유경/ 오두식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주명과의 호흡에 관해 "이주명 배우와 케미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부산 출신의 배우고 대구 출신이라서 정서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빨랐고, 나이도 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다 보니까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 잘 되어간 것 같다.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거산 군청 씨름단 소속 태백급 씨름 선수인 김백두의 외형을 이질적이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14kg가량 증량을 하기도 했다는 장동윤은 살을 찌우는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행복했다. 80kg를 넘어가는 것이 더 힘들더라. 발목과 허리에도 무리가 간다. 지금은 많이 뺀 상태다"라고 이야기했다.
직접 겪어본 씨름의 매력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장동윤은 "씨름은 힘과 기술의 집약체인 것 같다. 전신을 다 쓰는 정말 '상남자의 스포츠'에 가까운 것 같다. 순발력 몇 초 사이의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바둑처럼 수를 두는 것이다. 부상 같은 경우는 불가피하게 좀 감안해야 하는 것들이 좀 있었다. 사실 샅바를 매면 멍이 드는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장동윤은 드라마를 통해서 씨름이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며 "정말 정교한 스포츠다.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스모랑은 비교가 안 되게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뉴스에 출연하면서 배우가 된 장동윤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본인의 경력에 대해 "사실 처음에 강도 사건이 있었을 때, 가족들에게 엄청나게 혼났다. 그 계기로 데뷔를 한 것은 맞지만,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어떻게 보면, 전쟁터에 맨몸으로 내던져져서 거기서 생존 기술을 배운 것 같다. 남들처럼 입시를 한 것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거나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도 있었다"라고 고민했던 지점들을 털어놨다.
문제를 마주했을 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는 장동윤은 "추진력이 있는 것 같다. 배우라는 너무나 적성에 맞는 것을 우연히 잘 찾아왔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해 연애관이나 결혼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결혼은 마흔 전에 하고 싶다. 지금은 한참 성장을 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아직은 일하고 싶다"라며 꾸준히 일하고 싶은 욕망을 비췄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기도 한 장동윤은 드라마에 국한된 영역이 아닌 영화로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장동윤은 "아무래도 드라마 위주로 활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영화도 굉장히 사랑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시네필 같은 면모가 있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한국 영화계가 침체된 분위기가 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참여하면 당연히 기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한 명의 관객으로서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단편 영화 작업도 하기도 했다"라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들을 즐겨본다고 덧붙였다. 장동윤은 2023년 22분가량의 단편 영화 '내 귀가 되어줘'를 연출한 바 있다.
제목인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역경을 딛고 깨어난 희망과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가져다주기도 했던바. 장동윤은 제목에 대해 "김백두라는 인물의 흘러가 버린 청춘을 모래에 비유한 것 같다. 남들처럼 성과가 있고 멋진 삶과 사랑을 쟁취해야만 꽃이 핀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러지 않았음에도 꽃이 피고 있었고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그 가운데서 꽃이 필 수 있다는 희망이 가장 큰 메시지인 것 같다. 나한테 연기적으로도 배우로서 큰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고,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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