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6조 세수펑크에도 줄잇는 부자감세, 나라 곳간 거덜 낼 건가
지난해 5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국민 1인당 112만원꼴이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3년 국세수입 실적(잠정)’을 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조원 가까이 줄었다. 기존 세입예산안보다는 56조4000억원 적다. 기업들의 법인세가 1년 전보다 23조2000억원 줄었고, 부가가치세도 7조9000억원이 감소했다. 세율 인하와 아파트 공시가격 하락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2조2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수 전망은 더 나쁘다. 2024년도 예산 수정안을 보면, 올해 법인세 세수 추계치는 7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다. 종부세와 증권거래세도 각각 6000억원, 1조1000억원 감소한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1조5000억원 감소)·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1조5000억원 감소)·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3000억원 감소)·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7000억원 감소) 등에 따른 세수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상속·증여세 감면 얘기도 꺼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1%대이고, 올해도 잘해야 2% 초반대이다. 경제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인데 윤 대통령은 부자감세와 규제 완화 외길로만 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식 경제 운용이다.
부자 감세는 내수 진작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금을 깎아줘도 부자들은 해외여행 가고 외제 명품을 사들이지 국내에서는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통계청의 ‘2023년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특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나 의복 등 준내구재(-2.6%)는 판매가 크게 줄었다.
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 양극화를 키우고 나라 곳간만 거덜 낼 뿐이다. 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감세하고 재정 건전성을 핑계 삼아 복지 지출을 줄이면, 국가의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국민은 가난해진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경제정책 기조를 180도 바꿔야 한다. 세금을 제대로 거둬 나라 곳간을 채우고,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돈을 푸는 것이 경제도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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