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오 KMS 대표, "실리콘이 약속하는 배터리 고성능화"
리튬이온전지는 다른 2차 전지보다 뛰어난 성능 때문에 휴대전화, 노트북 등 소형 휴대용 기기에 주로 이용됐다. 이제는 그 활용 범위가 전기 자동차에 이르렀다. 고성능 2차 전지에 의해 기존 석유 경제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과언은 아니다.
이제는 특별한 언급 없이 2차전지라고 말하면 리튬이온전지를 가리킨다. 2차 전지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할수록 시장이 배터리에 대해 단위 에너지당 비용의 저감, 요컨대 '배터리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배터리에서 가장 비싼 소재는 양극재다. 배터리 소재의 비용 절반 가까이가 △코발트(Co) △망간(Mn) △니켈(Ni)이 포함되는 양극재가 차지해서다. 이렇게 비싼 삼원계 양극재를 대체하는 양극재 소재가 있다. 바로 '리튬인산철'(LFP)이다. 비싼 코발트와 니켈을 쓰지 않는 만큼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인산철의 단위 중량당 충방전 용량, 즉 비용량(mAh/g)은 ~150mAh/g다. 삼원계(Ni-Co-Mn)의 ~200mAh/g보다 작은 것이 단점인 셈이다. 이것은 인산철 채용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이어진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삼원계 차량보다 가격은 싸지만 주행거리가 짧다. 자주 충전해야 하기에 불편하다는 소리다.
어떻게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은 의외로 '음극재'에 있다.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신에 대용량 음극재인 실리콘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리콘 음극재가 인산철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자.
◇실리콘 음극재의 장점
리튬이온전지 음극재에는 그간 흑연이 사용됐다. 흑연은 비용량이 ~350mAh/g으로 작다. 이 때문에 한정된 배터리 부피 안에 최대한 많은 음극재를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반면 실리콘은 비용량이 ~4000mAh/g다. 흑연보다 10배 이상 크고, 충·방전 속도도 4~5배 빠르다. 정리하면 실리콘이 리튬이온을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피 변화가 크고 전지 성능 열화 등이 한계로 꼽혔다.
그렇지만 실리콘을 음극재로 쓰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일례로 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콘을 흑연과 혼합, Si/C(실리콘 카바이드)형태의 복합체를 제조하는 방법 등이다. 입자 크기가 고도로 제어된 마이크로미터 크기 실리콘 분말을 음극재로 사용하면 음극재의 용량을 ~1500mAh/g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충·방전 중의 부피 팽창에 따른 스웰링(swelling)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실리콘 입자 주변에 여유 공간을 부여하면 된다. 실리콘 소재 자체가 큰 용량을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산철 전지의 고성능화와 전망
2차전지는 소형·중대형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전동공구 △노트북 △무선이어폰 등이 소형을, 전기차와 ESS(전기에너지저장장치)가 중대형을 쓴다.
소형 배터리는 무게가 제한되니 '에너지 밀도'가 중요하다. 이 밀도는 △전극 소재 △극판 △전지 구조에 달렸다. 양극재가 인산철인 경우 음극재에 실리콘을 적용하면 흑연 음극재보다 적은 양을 써도 더 큰 전지 용량을 얻을 수 있다. 단위 전지(셀) 부피가 작아져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인산철 양극재는 고가의 코발트(Co), 니켈(Ni) 대신에 저가 소재인 철(Fe)과 인(P)만을 포함한다. 이 때문에 전지와 배터리, 팩의 가격이 삼원계보다 30~50%가량 저렴하다. 특히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전기차 차종이나, ESS 분야에서 인산철 배터리의 가치가 더 드러난다. 반면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소형 배터리에서는 아직까지는 삼원계에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리콘 음극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용량, 고속 충방전 성능을 통해 LFP(인산철 배터리)의 성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부피 변화 문제는 복합체와 마이크로 실리콘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드론, 웨어러블 등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산철 배터리가 주로 중국에서 보급된 이유 중 하나는 '특허'다. 구드노프 교수의 물질 원천특허 때문에 특히 한국에서는 삼원계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다를 전망이다. 이 특허는 2017년에 만료됐고, 관련 특허들 역시 2024년에 끝난다. 이 대목에서 국내외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중저가 전기차' 부분의 급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2차전지를 장착한 소형 드론이 전황에 끼치는 영향을 봤다. 고성능의 인산철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글/최종오 한국메탈실리콘(KMS) 대표
중기·벤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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