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급감에 대전-금산 통합론 부상… "지역발전 계기로"
지방의회 등 행정구역 변경 촉구
주민들, 공공서비스 질 개선 기대
충남도·도의회 동의가 최대 변수
행정구역 통합이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대전시와 금산군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대전·금산 통합론이 다시 등장했다. 대전과 금산의 각계 인사, 단체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 통합론에 불을 지폈고, 지방의회와 단체장도 잇따라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통합운동의 물줄기가 과거보다 훨씬 강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전과 금산 공히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 통합을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자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민간단체 지방의회 등 "행정구역 변경" 주장
대전·금산 행정구역변경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양희성 유태식 김호택)와 대전시 통합 범시민 추진위원회(위원장 오노균)이 지난 15일 대전·금산 행정구역 변경 금산군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추진위는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금산군의회와 금산군의 관할구역 변경 조속 추진 충남도와 대전시의 특별법 제정 노력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전과 금산의 의회도 화답하고 나섰다.
금산군의회는 16일 금산군민들이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국회는 행정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 조속 발의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금산·대전 행정구역 변경을 위한 사전 절차를 추진하라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도 대전과 금산이 동반상생을 꾀하고, 함께 힘을 합쳐 더 큰 파이를 만들자고 밝혔다.
통합론의 가장 큰 배경은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다.
대전의 경우 2013년 12월 153만 2811명이던 인구가 2023년 12월 현재 144만 2216명으로 9만595명이나 줄었다. 금산도 5만5441명에서 지난해말 5만93명으로 감소했다. 금산은 인구 5만명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고, 지난 2021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대전도 동구·중구·대덕구가 인구감소 '관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인구 감소가 계속되자 통합을 지역발전의 지렛대로 삼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전은 면적이 539.67k㎡에 불과한데 그나마 56.3%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산(면적 576.66k㎡)과 통합하면 가용 토지가 크게 늘어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등 공동발전을 이룰 수 있다. 대전은 자족성을 높이고, 금산은 인구 소멸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금산은 하나의 생활·경제·문화권
대전·금산 주민들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를 주장한다. 오래전부터 금산·대전은 동일 생활·경제·문화권이었다며 통합되면 교육·복지·문화·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금산군민들은 지리적 소외감도 내세우고 있다.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한 뒤로 도청을 가려면 대전을 거쳐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지리적으로 대전시 동구와 중구는 금산군 추부면, 복수면과 경계를 이루고 특히 복수면은 대전시 중구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이해 당사자인 3명의 단체장은 각각 결이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박범인 금산군수는 군민들이 결정하면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며 "통합하려면 지방자치법을 바꾸든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원하면 통합에 나서겠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금산군민이 뜻을 모은다면 통합에 이의가 없다면서도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금산을 대전에 붙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은 원하지만 충남과 갈등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통합론에 대해 "(대전시가 오히려) 저한테 대전 서구와 유성구를 달라"며 거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충청권 4개 시·도 메가시티가 우선"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충남지사는 금산·대전, 공주·세종 통합론을 경계하고 있고, 대전시장과 금산군수는 충남도의 도움 없이는 통합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은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충남도 충남도의회 동의가 최대 변수
현행법상 대전·금산 통합(행정구역 변경)은 충남도와 도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타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지자체 통합에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수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를 폐지, 설치, 통합하려면 법을 제정하도록 했다. 경북 군위군의 대구 편입시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대한 법률', 마산·창원·진해 통합 때는 '경상남도 창원시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법률', 청주·청원 통합 때는 '충북도 청주시 설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려면 주민투표를 하거나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야 한다.
청주·청원은 2005년과 2012년 2차례 주민투표 끝에 통합을 이뤄냈고, 전주·완주 통합 관련 완주군 주민투표는 찬성 44.7%, 반대 55.3%로 부결됐다. 대전·금산 통합 관련 투표는 대전이나 금산 주민은 찬성하겠지만 충남도민의 찬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지방의회 의견 수렴도 대전시의회와 금산군의회는 찬성하겠지만 충남도의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군위 통합의 경우 경북도의회와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로 어렵게 법률이 제정됐다.
국회의 법률 제정도 변수가 많다. 대전은 긍정적이지만 충남은 부정적이어서 충남지역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는 뜻이다.
대전과 금산의 인구가 급감하면서 양쪽 모두 강한 통합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인구 소멸시대, 자발적인 지자체 행정통합을 권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에 관한 특별법'에 통합 대상 지자체를 발굴 지원하고, 통합 지자체에 대해 행정과 재정상 불이익 배제, 예산에 관한 지원 특례, 지방교부세와 의원정수에 대한 특례 등을 제공하도록 해놓았다.
인구절벽 시대, 양측이 모두 절실하게 원하고 있어 금산·대전 통합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역사회에서는 대전·금산 통합 성사 여부가 대전·세종·충남·충북을 통합하는 충청권 메가시티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남도와 중앙정부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근·길효근 기자
김 호 택 대전·금산 행정구역변경 추진위 공동위원장"경제·산업 보완, 지역발전 시너지 효과 클 것"
"충남도청을 가려면 대전을 거쳐야 합니다. 가까운 대전을 두고 언제까지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합니까?"
대전·금산 행정구역변경 추진위원회 김호택 공동대표는 "2009년 이래 계속 대전·금산 통합론이 제기돼왔다."며 "군민들이 사이에 기필코 법률 제정까지 이뤄내자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산 방문객의 44.8%가 대전시민이고, 금산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곳이 대전 중구·동구·서구라며 금산은 대전과 동일한 생활권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대전과 금산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운영하고, 추후 경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대전과 금산은 경제적으로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줄 수 있다"며 "금산의 인삼 한약산업과 대전의 대학 및 연구기관이 협력하면 한방과 바이오, 뷰티 산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시 공무원과 교류하면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금산군 공무원의 역량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금산의 교육 환경도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그는 "충청 남부권의 인구소멸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대전·금산 통합으로 본격적인 생활과 경제, 문화 연계망 구축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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