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20년만에 현대차 시총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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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20여년 만에 '맏형'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급격히 몰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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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치고 시총 6위로 올라
1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아의 시총은 41조3703억원으로 현대차(41조1640억원·우선주 제외)보다 약 2100억원 많았다. 1년 전 기아의 시총은 27조782억원으로 현대차(35조6825억원)와의 격차가 8조원이 넘었다.
2000년대 초 현대차가 기아를 합병하면서 줄곧 현대차는 '형', 기아는 '동생'로 비유됐는데 20여년이 지나 코스피시장 시총 6위와 7위가 자리를 바꾼 것이다.
이날 기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상승한 10만2900원에 장을 마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달 25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이후 5거래일 만에 17% 올랐다. 기아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60.5% 늘어난 11조6079억원이었다.
현대차도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은 15조1269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14%, 54%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발표 후 현대차의 주가는 5거래일 사이 5.19% 오르는데 그쳤다.
두 회사 모두 호실적을 냈지만 기아에 투심이 몰리는 것은 기대 이상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덕분이다.
기아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고, 상반기 안에 50%를 소각하는 한편 올해 3·4분기까지 경영목표 달성에 따라 50%를 추가 소각키로 했다. 사실상 100% 소각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반면, 현대차는 발행주식의 1% 규모인 40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보다 이익이나 보유현금이 많은 데도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계획 그대로여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동생'에게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배당 정책도 눈길을 끈다. 기아와 현대차는 결산배당금으로 각각 5600원, 8400원을 책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2·4분기, 3·4분기 배당을 합쳐 연간 배당금이 총 1만1400원에 달하지만 결산배당만 놓고 보면 현 주가를 기준으로 배당률은 기아(5.4%)가 현대차(4.3%)보다 높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통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주가 상승에 결정적이었다고 진단한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은 배당정책보다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기아가 사실상 100%까지 소각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는 대목에 환호한 주주들의 투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긍정적 실적 가이던스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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