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정해진 미래는 없다

2024. 1. 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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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을 사퇴한 한 인물이 저출산고령위를 비판하면서 저출산고령위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논란을 촉발한 전(前) 민간위원은 "저출산고령위가 축소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미래 정책이 아니라 효과가 없는 출산율 반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한 정부 조직이다.

따라서 축소 사회 적응 대책 수립은 저출산고령위의 또 다른 주요 임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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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을 사퇴한 한 인물이 저출산고령위를 비판하면서 저출산고령위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필자는 최근 1년 가까이 저출산고령위 상임위원으로 상근한 경험을 토대로 저출산고령위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논란을 촉발한 전(前) 민간위원은 “저출산고령위가 축소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미래 정책이 아니라 효과가 없는 출산율 반등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한 정부 조직이다.

기본법은 자녀의 출산과 보육, 모자보건 증진, 경제적 부담 경감 등의 저출생 대책 수립을 저출산고령위의 주요 임무로 명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위가 추진해 온 일·가정의 양립 강화, 돌봄 서비스 확충 등은 기본법이 정한 임무와 결을 같이한다. 기본법에서 명시한 정책은 결혼, 출산, 양육하기 좋은 사회·경제 환경 구축을 위해 선진국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효과적인 ‘가족 정책’이다. 이런 정책은 출산율 반등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경제 선진국이 갖춰야 할 기본이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는 대한민국의 인구 변화는 ‘정해진 미래’이고, 정책을 통한 출산율 반등이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저출생 대응 정책에 힘쓰지 말고 인구 고령화 그리고 축소 사회와 같은 정해진 미래를 대비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해진 미래는 없다. 이미 태어난 세대의 인구수와 성인 연령대의 인구 변화는 향후 몇십 년간 예측 가능하므로 정해진 미래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 수에 따라 미래는 확연히 달라진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70년까지 인구는 3700만 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48%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 후반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어선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한 예측이다. 만약 지금의 0.7명대 출산율이 지속한다면 3000만 명의 인구수도 지키기 어렵고 고령 인구 비중은 60% 가까이로 치솟을 것이다. 두 시나리오에 따르면 경제 성장 저하, 사회보장 부담 등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막대하다.

즉 앞으로의 출산율 변화에 따라 국민 삶의 질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 정책에 따라 바뀔 것이다.

그렇다고 축소 사회 적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출산율이 높아져도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기여할 때까지 30년은 걸릴 것이다. 저출생 정책과 별도로 앞으로 30년 동안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축소 사회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따라서 축소 사회 적응 대책 수립은 저출산고령위의 또 다른 주요 임무가 돼야 한다.

최근까지 저출산고령위가 적응 문제를 소홀히 한 적도 없다. 고령사회 대응은 물론 다양한 적응 대책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기본법의 범위를 적응 정책까지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 온 국민의 관심이 저출생 위기에 집중되다 보니 적응 정책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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