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주창 이재명, 공천갈등 일축·비례제 침묵
당내 일각 "자객 출마 용인하고 친명 공천 현실화하나" 의심
…총선 승리 위해서라도 통합 메시지 내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비판하며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공천 문제와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해서는 크게 의치 않는 모습이어서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회견에서 공천 과정에서 당이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갈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공천 과정도 경쟁이고 본질적으로 경쟁은 갈등을 수반한다"면서도 "어떤 선거 공천 과정과 비교해도 오히려 갈등이나 분열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춰서 당의 당헌·당규에 맞춰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합리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후보자 검증 단계부터 불거진 공정성 시비에 더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친문 인사들을 향한 친명계의 공격이 거세지며 계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에서는 비명계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노리는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의 자객 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친명 인사들이 정권 심판론과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586 정치인과 문재인 정부 출신을 향해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에도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많은 분이 관심 있고, 이해관계도 있어 신중하게 의견 수렴하고 있다"면서 "길지 않은 시간에 이 문제도 대화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놓고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소수 정당의 의석을 보장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은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고자 당원 투표로 입장을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4년 전 총선 때 준연동형을 밀어붙이면서 내걸었던 선거개혁 약속과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등을 위해 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강한 상황이다.
소속 의원 절반가량인 80명은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정부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반발했고, 정의당 등 야권 성향의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는 병립형으로의 퇴행은 안 된다며 민주당에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번 신년 회견을 놓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결단이 시급한 핵심 현안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중진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공정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친명계 인사의 자객 출마가 뻔히 보이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회피한다"며 "공천 갈등이 커지면 총선에도 악재가 되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약속했으면 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자객 출마는 이재명 대표 작품이라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친명 공천인지는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리더십의 한계가 아니라 부재"라며 "책임감이 있는 리더라면 강성 지지층이 등을 돌리더라도 중요한 의제는 적시에 결단해야 한다. 자신도 없고 확신도 없으니 계속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약속했으면 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당 통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공천 잡음 및 갈등에 분명한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제와 관련해서도 "유불리만 따지느라 수개월째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병립형이든 연동형이든 뭐든 장단점이 있다. 결정이 더 늦어지면 선거제 확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오명까지 다 뒤집어 쓴다"고 우려했다.
반면 비주류 의원 사이에서도 신년 회견은 4월 총선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하는 것은 피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번 신년 회견은 정책과 비전 방점을 찍은 것 같다"며 "공천과 선거제에 대한 입장은 의원총회 등에서 지도부의 입장을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과 비난만 가득했다"고 발끈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일통행이었다"며 정작 국민이 듣고자 했던 민주당의 반성도, 총선에 임하는 각오도 없이 남 탓과 비난에 열을 올리더니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정해졌느냐. 당내 공천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며 "알맹이 없는 말 잔치보다 우리는 이재명 대표 앞에 놓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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