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벤처투자 살리려면 세컨더리 펀드 키워야"

이덕연 기자 2024. 1. 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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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모태펀드 간담회]
"IPO 통한 투자금 회수 길 막혀
세컨더리펀드 확대가 대안될것"
정부, 올 모태펀드 9100억 확정
오기웅(오른쪽 첫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모태펀드 관련 벤처투자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서울경제]

“기술특례상장을 도전하는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가 어려워지면 벤처 투자 회복도 쉽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이 부분을 잘 살펴봐주십시오.(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

중소벤처기업부가 31일 개최한 ‘모태펀드 출자사업 업계 간담회’에서 벤처 투자 시장 회복을 주문하는 벤처캐피털(VC) 대표들의 성토성 발언이 쏟아졌다. DSC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스틱벤처스 등 업계를 대표하는 VC가 다수 집결한 가운데 벤처 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대표들은 △IPO 등 회수 시장 활성화 △'세컨더리 펀드' 출자 확대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정부에 요청했다. 중기부는 이날 지난해 6640억 원이었던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올해 9100억 원으로 37.0%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대표들 간의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지난해 말 소위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진 것을 느끼고 있다”며 “어렵지 않게 기술평가를 통과했을 우수 기업, 기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원인 중 하나는 IPO 시장 급랭으로 투자 회수가 어려워진 것”이라며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 자금 회수가 용이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최근 발표한 ‘벤처캐피털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기부 소관 벤처투자조합 투자 규모는 5조 39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6조 7640억원 대비 20.2% 줄었다.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결정적인 요인은 글로벌 고금리에 있지만 IPO 시장 불황 등 다른 요인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7~10년 동안 벤처펀드를 운영하는 VC는 펀드 만기 시점 도래 전 투자 기업이 상장을 해야 투자 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파두 사태 등으로 인해 IPO가 시장이 냉각되며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졌고, 이 같은 분위기에 신규 투자를 주저하는 VC가 많았다.

이에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모태펀드를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은 “만약 IPO 시장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 세컨더리 펀드(다른 금융 기관 보유 구주를 인수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벤처 펀드)라도 활성화해야 한다”며 “올해 모태펀드 일부분을 세컨더리 펀드에 적극 출자해 회수 시장을 우회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는 국내 고용 및 경제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중기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벤처·스타트업 3만 3000곳이 고용한 인원은 74만 6000명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직접 고용한 69만 6000명보다 많다.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기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범부처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내놓고 2027년까지 한국을 ‘세계 3대 창업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장기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모태펀드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5.4%에 달한다. 일반적인 증권 상품 수익률보다 높다. 이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표는 “모태펀드 수익률이 10%를 넘는데 이는 벤처 투자가 세간 우려와는 다르게 안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며 “초기 창업기원에 투자해 고용을 늘리는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에 더해 높은 수익률로 정부 재원을 장기적으로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지난해 6640억 원이었던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올해 91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자금을 대규모로 신속 공급해 투자 심리 회복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정부는 LP(출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VC가 많아 벤처 펀드 결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모태펀드 규모를 늘리고 상반기 내에 적극적으로 집행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개선시키겠다”고 밝혔다.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모태펀드 관련 벤처투자업계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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