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차론' 자꾸 보니 그 맛 궁금한데…"모르는 게 낫다" 전문가들 경고
최근 SNS 숏폼(매우 짧은 영상)을 중심으로 '치차론'의 인기가 뜨겁다. 치차론을 만들어 먹는 법부터 치차론 먹방, 치차론 씹어먹는 소리 등 영상이 쏟아진다. 과거 SBS 미운우리새끼에서도 가수 이상민이 돼지껍질을 뜨거운 기름에 튀겨 만든 치차론을 술안주로 삼는 과정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하거나 고지혈증·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치차론을 먹기 전 심사숙고하는 게 좋다.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면, 그냥 맛을 모르는 게 낫겠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과연 치차론이 뭐길래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걸까.
치차론은 스페인을 비롯해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지중해 지역의 전통 메뉴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비계가 많은 부위인 오겹살·삼겹살과 돼지껍질 등을 삶은 후, 물기를 제거해 팔팔 끓는 기름에 풍덩 담가 튀기는 요리다. 한 마디로 기름(비계)을 기름에 튀겨내는 극한의 기름 요리다. 이렇게 튀겨내면 돼지고기의 식감이 마치 바삭바삭한 과자처럼 변하는데, 이 매력에 빠진 한국인들이 맥주 안주로 먹었다는 인증 영상과 사진이 SNS를 달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차론을 알고 먹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치차론이 '포화지방 범벅'이라는 것이다. 돼지비계에 이미 포화지방이 가득한 상태에서 기름에도 일부 든 포화지방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고칼로리의 포화지방 덩어리'가 된다는 것. 치차론 14g 안에 80㎉가 들어있는데, 56%가 지방, 44%가 단백질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치차론의 기름 성분 대부분은 '포화지방'이다.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띠는 분자 구조로, 동물성 고기에 주로 들어 있지만 식물성 기름에도 일부 들어 있다. 몸에 쌓인 포화지방은 에너지로 소모되지 않으면 몸속에 지방으로 차곡차곡 쌓이는데, 혈관 내에 쌓이면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유발하며 동맥경화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비만 치료 전문가인 이선호 글로벌365mc대전병원 대표원장은 "다이어트 중이거나 고지혈증·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치차론'의 맛을 모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치차론을 튀기면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이다. 상온에서 액상을 띠는 식물성 기름엔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다. 불포화지방에 열·압력을 가하면 분자 구조가 변하는데(trans), 결국 불포화지방이 트랜스지방으로 변한다. 트랜스지방은 체지방을 늘릴뿐더러 체지방을 복부로 재배치해 쌓이게 한다.
미국당뇨병학회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5년간 총급여 열량의 6%를 불포화지방산으로 공급받은 원숭이(대조군)는 체중이 실험 전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트랜스지방으로 급여 받은 원숭이는 체중이 7.2%나 늘었다. 또 대조군보다 뱃살(복부 지방량)이 30% 더 많았다. 트랜스지방은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고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장병 발병률을 높이고, 뇌졸중·암·치매·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셋째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비만 치료 전문가인 이선호 대표원장은 "고기 비계에는 불포화지방뿐 아니라 포화지방도 많은데, 포화지방은 동맥경화·심장병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인체의 세포막은 불포화지방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자리에 포화지방이 비집고 들어오면 세포막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우리 몸의 반응이 정상 수준보다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인슐린 작동이 둔화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 이 대표병원장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당분이 높은 정제된 음식을 자꾸만 찾게 한다"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건강한 식단을 하고 싶어도 자꾸 의지가 꺾이는 등 결과적으로 체중 증가, 복부비만, 지방간,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출발점이 된다"고 경고했다.
넷째는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오메가3와 오메가6를 필요로 하지만 스스로 만들지 못해 음식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오메가3는 등푸른생선과 들깨·들기름·호두에 풍부하고, 오메가6는 참기름을 비롯해 모든 식물성 기름에 많이 들어 있다. 우리 몸이 원하는 비율은 1대 1이다. 문제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따라 이 비율이 깨진 지 오래라는 것. 김형미 겸임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1대 15까지도 치솟았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비율 차이가 클수록 몸에서 염증반응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오메가6는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식물성 기름에 풍덩 담가 만드는 치차론은 이 비율 차이를 더 벌린다는 것. 김형미 겸임교수는 "세포막의 구조물은 오메가3와 오메가6라는 불포화지방산이자 필수지방산이 있어야 만들어지는데, 이들 간 비율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오메가6 비율은 낮추고 오메가3 비율을 높이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형미 겸임교수는 "치차론의 원산지인 지중해 일대에선 술을 우리나라처럼 많이 마시는 문화가 아니어서 치차론을 안주로 삼는다 해도 적게 먹는다"며 "만약 술안주로 치차론을 먹으려 해도 치차론으로만 안주를 채우지 말고, 과일·채소 등으로 안줏거리를 다양하게 채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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