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 대기업한테 맡기자…속 편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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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정보화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한 4대 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 팀장은 "정부 스스로 정보화 추진 전략과 계획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전략과 기획부터 운용과 사후 관리 책임까지 통째로 떠넘기기 위해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꼴"이라며 "지난번과 비슷한 행정망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 해당 대기업에 책임을 미루는 행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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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이상 공공정보화 사업 대기업 참여 허용
정부가 7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정보화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연달아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다. 또 국가가 대처해야 할 ‘재난’에 정보시스템 장애를 포함하고, 여러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전산망의 모니터링 작업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소관으로 일원화한다.
정부는 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34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정보화사업 참여 자격을 크게 완화한 부분이다. 특히 설계·기획 사업과 7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재벌 계열 시스템통합 회사)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문을 열었다. 또 공공정보화사업 참여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이 ‘50% 이상’이어야 상생협력 평가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게 하던 것을 ‘40% 이상’으로 완화하고, ‘참여 기업 수 5개 이하, 기업당 최소 지분율 10% 이상’으로 정해진 기준도 ‘10개 이하, 5%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공공부문에 최신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자신들의 정보화 역량 부족과 시스템 관리 부실을 엉뚱하게 재벌 대기업을 끌어들여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4대 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 팀장은 “정부 스스로 정보화 추진 전략과 계획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전략과 기획부터 운용과 사후 관리 책임까지 통째로 떠넘기기 위해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꼴”이라며 “지난번과 비슷한 행정망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 해당 대기업에 책임을 미루는 행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가 재벌 계열 시스템통합 회사 중심으로 다시 짜이며 기술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정부 대책에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디지털안전상황실과 사이버장애지원단을 신설해 장애 현황에 대해 빠르게 접수·파악하고 중요 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응반을 즉시 투입하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정부는 또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시스템의 모니터링 기능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전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재난 법령상 재난 및 사고 유형에 정보시스템 장애를 명시하고, 특정 시스템 장애가 다른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애 격벽’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내용연수를 초과해 오류 가능성이 높은 장비는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에 대해 이중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손지민 기자, 김재섭 선임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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