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감시하고, 위험 분산해' 전체 전산망 먹통 막는다
행안차관 "장애 발생할 수 있지만, 국민불편 이어지지 않는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정부가 31일 내놓은 '디지털행정서비스 대책'은 다시는 전산망 마비 사태가 없도록 사전 예방력을 높이고, 장애가 생기더라도 시스템 전체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 11월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장애로 시작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는 원인을 찾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릴 정도로 전산시스템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민 불편과 민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고, 전자정부 30년간 쌓인 전산시스템 노후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근본적인 대책과 처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24시간 상시감시·장애확산 방지'에 방점
정부가 전산시스템 장애 방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행정·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시스템은 총 1만7천여개다. 정부는 이중 중요도가 높은 1·2등급 시스템 약 300개에 관제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24시간 장애징후 모니터링'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복잡하게 연계된 정보시스템 장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통합 모니터링을 한다.
더불어 장애가 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애 격벽'을 설치하는 등 '위험 분산형 구조'를 정보시스템에 적용하기로 했다.
장애 격벽은 하나의 장비에 여러 시스템을 연결하지 않고서 시스템별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해당 장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연결된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전산망 마비사태 때 고장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 장비의 경우 공무원 인증시스템과 '정부24'가 함께 연결돼 있었는데, 라우터 이상으로 인증시스템이 장애를 보이다 급기야 정부24까지 먹통이 돼 전산망 전체가 멈춰 섰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장애 격벽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한 시스템의 장애가 여러 시스템의 장애에 같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산시스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운영과 관리 효율화를 위해 정보시스템 등급을 개편하고, '장애등급'을 신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정보시스템 등급에 따라 관리·예산배분을 달리하고, 시스템 복구 시 우선순위 결정 등에 장애등급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보시스템 장애 시 신속한 대응과 복구를 위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사이버장애지원단'과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지원단은 각급 기관 시스템의 안전성 진단과 기술지원을 하고, 전산 장애 때에는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상황실은 장애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대응에 나서며, 중요 장애 때는 지원단과 민관합동 대응반을 투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작년 전산망 마비 사태 때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재난 법령상 재난 및 사고 유형에 '전산망 장애'를 명시하고, 장애 상황 시 기관 홈페이지뿐 아니라 민간 플랫폼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안내하기로 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장애는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번 발생했던 것처럼 국민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게 목표이고, 그렇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번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가 나더라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복구할 것이고, 그게 국민 전체의 불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기업 참여제한 풀고, 민간 전문가 유치
정부가 공공정보화사업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04년 소프트웨어(SW)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대기업은 공공 SW 사업에서 일정 사업금액 이상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이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에 속한 회사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참여가 제한돼 왔다.
이번 대책으로 정보화사업 중 '설계·기획 사업'과 7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에는 상출집단에 속하는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한 배경으로 최신 기술 적용과 역량있는 기업 간 경쟁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또 그간 제기돼온 기업활동의 자유와 발주기관의 사업자 선택권 제한, 대형사업의 품질 제고 등을 제도 개선의 이유로 들었다.
공공 정보화 분야에서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정보기술(IT) 전문인력 채용 시 연봉 상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문직위를 확대해 우수 전산 공무원의 인사교류 활성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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