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장애, ‘재난’으로 관리한다

박용필 기자 2024. 1. 31. 1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난상황실’ 설치하고 ‘이중화 강화’·‘대기업 참여’도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해 10월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등 잇따른 정부 전산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정부가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중화 체계’ 강화 등 오류 대응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전산 장애’를 법정 재난으로 명시하고 일종의 ‘재난 상황실’도 설치한다. 시스템의 안정성 향상을 위해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고, 무리한 ‘단가 후려치기’나 ‘과업변경 남발’ 등을 억제할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31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등 잇따른 정부 전산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 TF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민간위원과 기업인 학계 등 민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내놨다.

대책은 단기적인 장애 예방과 대응 관련 대책, 중장기적인 시스템 안정성 향상 방안으로 구성돼 기술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 두 방향에서 추진된다. 아울러 각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2월에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전산 장애 예방과 대응을 위해 이중화 설비가 보강된다. 행안부는 “예산상 문제로 일부 시스템에 대해서만 이중화 장비가 구성돼 있다”며 “이를 모든 네트워크와 방화벽 장비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중화 설계는 본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우회 시스템을 구축해 놓는 체계다.

다만 지난해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당시엔 이중화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시스템 전체가 오류를 일으킨 게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 부품(라우트 포트)의 오류였기 때문’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중화 체계로 막지 못하는 장애를 거르기 위해 기관별 모니터링 인력을 보강하고 자동관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장애 격벽’도 설치한다. 지난해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당시 지방공무원의 인증시스템은 물론 ‘정부24’ 시스템도 같은 라우터에 연결돼 있어 두 시스템이 한꺼번에 오류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스템 별로 분리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산 장애를 ‘재난’ 상황에 준해 대처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법상의 법정 재난으로 명시하고, 주관기관과 책임기관을 지정해 공식 매뉴얼을 보강한다. 전산 재난에 대한 재난 상황실, 즉 ‘디지털안전상황실’도 신설한다. 17000여 개 정부 전산시스템 전체의 장애 발생 상황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시스템의 중요도·장애 시 여파·사고 유형 별로 장애 등급을 신설하고, 그에 맞게 대처 수준이나 절차 등을 미리 규정한다. 오류 발생 시 일사불란한 대처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민·관 전문가 구성된 ‘사이버장애지원단’을 구성해 대응에 투입한다. 오류가 장기화할 경우 전산을 통하지 않고도 공공서비스나 민원 업무를 지속할 방안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오류 발생 가능성 자체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 안정성 향상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포함됐다.

우선 700억원 규모 이상의 대형 시스템구축 사업의 경우 사실상 ‘대기업 참여 제한’을 폐지한다. 또 최저가 입찰이나 ‘단가 후려치기’ 등이 시스템 부실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따라 사업 대가 현실화도 도모한다. 유지보수의 경우 유사 업무를 한데 묶어 통합 발주하고 장기 계약을 원칙으로 해 ‘중구난방식 유지보수 체계’를 손볼 계획이다.

시스템 구축 도중 정부가 업체에 요구사항을 바꾸고 이 때문에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스템이 ‘누더기’가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업변경’ 요건도 명문화한다.

정부 조직 내 IT 전문가가 없어 민간에 안정화 업무를 떠넘긴다는 지적에 따라 IT 전문 공무원 영입을 위해 연봉 제한 폐지 등 인재 확보에 나선다.

관건은 예산이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쓰임새가 적거나 중복되는 시스템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예산과 인력을 중요 시스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7000여개 정부 전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등급 재분류 작업에 착수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성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과도 긴밀한 협의에 나서고 있다”라며 “2월 중 과제별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범정부 협의체 등을 통해 추진상황을 지속해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