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망 안정성이 우선", 공공SW 대기업 제한 11년만에 개선 추진

황국상 기자 2024. 1. 31.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11년만에 이 제도의 개편을 본격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국상 기자


정부·공공 부문이 발주하는 SW(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11년만에 완화된다.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는 공공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당초의 제도 목적보다 공공망의 안정성 확보가 더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하고 11년만에 이 제도의 개편을 본격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2013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원칙적으로 공공사업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국가안보나 신기술 분야 사업 등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곤 했지만 '대기업 제한 원칙'은 고수돼 왔다.

중소기업 일감 확보를 위해 추진된 이 제도로 공공 SW 사업에서의 중소기업 주사업자 비중이 2010년 19%에서 2022년 62.5%로 높아졌다. 국내 SW기업의 수도 2008년 1334개에서 2020년 3936개로 늘어나는 등 생태계가 확장되는 효과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에 걸쳐 대형 공공 SW 사업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2022년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마비사태, 지난해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먹통사태, 지난해 11월 공공 행정망 대규모 마비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 SW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자 참여를 확대해 경쟁을 통한 품질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SW진흥법을 개정해 7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에 상출제 대기업 참여를 허용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사업에서라도 대기업과 중견기업간 경쟁을 활성화시켜 최적 사업자를 선정, 공공사업의 품질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대기업 참여제한 개선방안에서 제시된 대기업 참여허용 사업규모 안(1000억원 이상)에 비해 30% 이상 문턱이 낮아졌다.

정부·공공 사업 입찰 과정에서 입찰기업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인 상생협력 평가제도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대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공 SW 사업에서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이 50% 이상이어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중소기업 지분항목 가중치를 4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신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규모는 종전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다.

또 과기정통부는 ISP(정보화전략계획) 등 설계·기획 사업을 전면 개방해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기업이 제한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의 SI(용역구축) 사업 중심의 설계·기획 관행을 유지할 경우 공공 부문이 클라우드나 AI(인공지능) 등 최신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그간의 과도한 하도급 관행을 제어하는 내용도 이번 개편안에 담겼다. 앞으로는 하도급 비중이 낮을수록 입찰자에 높은 점수를 주는 쪽으로 제도가 바뀐다. 하도급자가 아닌 사업자가 직접 더 많은 사업을 수행하도록 해 공공 사업의 품질저하를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상당 수 내용이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 지원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과제인 데다 예산 당국의 협조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회가 어떻게 구성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법 개정 사항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관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사업 수행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추가되는 과업과 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는 공공 발주처의 갑질 관행이 더 큰 문제였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공 SW 운영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공공 SW시장에도 첨단기술이 대폭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설명을 많이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공공 SW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유지보수 현실화 등 적정 대가를 지급하는 문제는 공공 SW 시장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재정 당국과도 향후 적극적으로 협의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