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원서 "주요 도시 철도지하화"… 구도심 개발로 승부수

민주당 텃밭화된 경기 남부 공략
"美 맨해튼 스카이라인 생길수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도육교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도의 심장' 수원을 방문해 '철도지하화'와 '반도체 산업 지원' 등 구도심 개발 공약을 꺼내들었다.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주요 권역에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로, 한 위원장이 강조해 온 '격차 해소' 정책의 일환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 돼버린 수원에서 발전 공약으로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원 장안구에서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상 공간을 주변 부지와 통합해 개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도심 함께 성장'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육교와 철도 부분을 덮고 거기에 공원과 산책로,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같은 것이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지역 전체가 발전하면서 사업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만으로 격차 해소의 상당 부분을 이뤄낼 수 있다"며 "제가 말하는 격차 해소는 실천해서 바로바로 가시화할 수 있는 격차 해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상징색인 빨간 조끼와 청바지를 입고 '국민택배'라고 적힌 상자를 든 채 천천동의 보도육교를 지역 주민과 함께 걸으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육교는 지상 철도로 인해 양분된 수원 도심 지역(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화서역)을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이 지역은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도시가 동서로 갈려 왕래가 불편하고, 소음이 발생하는 등 개발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지하화하는 과정에서 노후된 구도심을 정비하는 한편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연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청년·신혼부부 주택, '병품아'(병원을 품은 아파트), 실버 스테이 등이 들어서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또 '교통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구도심을 15분 생활권으로 개발한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정부가 철도 용지를 사업시행자에게 현물 출자하고, 시행자는 채권을 발행해 지하 철도건설 사업비를 투입한 뒤 상부 토지를 조성·매각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안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와 협의해 발의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이미 법적 근거가 갖춰진 상태다. 또 국민의힘은 철도 지하화와 함께 전국 주요 권역에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해 '1시간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수원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도 참석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역군들에게 일을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반도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연료를 공급하고 있는 여기 계신 분들"이라며 "정치권은 이런 분들이 제약받지 않고 제대로 경쟁하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임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소수당이지만 대통령을 보유한 여당이다. 우리 정책은 실천이 될 것"이라며 "역할을 주제넘지 않게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