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세수펑크…향후 세수도 ‘빨간불’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난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국면 속 포퓰리즘 감세가 맞물려 올해도 나라 곳간을 채울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거나,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복지, 교육 등 사업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56조4000억원 덜 걷혔다. 역대 최대 세수펑크로 법인세와 소득세 등 주요 세목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영향이 컸다. 특히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서 법인세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세수 전망도 어둡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국회에 낸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 세수 전망치는 77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거둔 법인세 80조4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가량 적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올해 걷히는 종부세 역시 지난해(4조6000억원)보다 약 5000억원 모자란 4조1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전보다 강한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제정책방향과 민생토론 등을 통해 내놓은 크고 작은 감세안만 10여 건으로 7조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금투세 폐지(-1조5000억원), 증권거래세 인하(-2조원), 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1조5000억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상향(-3000억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7000억원) 등이다.
정부 감세 정책의 특징은 대기업와 고소득층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2024년 조세지출예산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간 조세지출 규모는 2022년 63조5000억원에서 올해 77조1000억원으로 2년만에 21.4% 늘어났다. 조세지출은 소득공제와 비과세 등 조세특례를 통한 세금 감면을 뜻한다.
이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국세 감면액은 2022년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7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6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고소득자(연소득 7800만원 초과)의 감세 혜택은 2022년 12조5000억원에서 15조3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대기업과 고소득자 감세를 밀어부치는 논리는 ‘낙수효과’다.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에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반박도 많다. 일련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확연하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금리와 경기 둔화 국면 속 감세는 재정상태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유찬 교수(홍익대·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대기업의 법인세 혜택, 특히 반도체 세액공제는 반도체 기업의 투자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지원 하는 것이라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감세로 인한 낙수효과가 없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정지출 축소와 총수요 축소 등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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