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PC에 600억대 과징금 돌려줘라"

서울고법서 원고 부분 승소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벗어
밀가루 거래는 일부 위법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한 건에 대해 상당 부분 SPC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SPC그룹이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인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며 2020년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과징금을 모두 돌려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부장판사 홍성욱·황희동·위광하)는 SPC그룹 5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647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6건이 있었지만 이 중 '밀가루 거래'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모든 시정명령을 취소하고 과징금 납부명령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이었던 '통행세' 관련 부분과 '밀다원 주식 양도' 관련 부분은 모두 SPC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7월 SPC그룹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제재하면서 계열사 5곳에 모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2011~2019년 SPC그룹 계열사들이 중간계열사인 SPC삼립을 부당 지원해 손해를 끼쳤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제재한 것이다.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부과한 과징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SPC가 그룹 내 부당 지원으로 SPC삼립에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가 있다고 봤다.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 및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만큼 공정위는 SPC삼립이 계열사를 통한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SPC그룹에 처분한 과징금 대부분이 적법하지 않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법조계는 공정위가 허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고 봤지만 허 회장 및 일가의 SPC삼립에 대한 지분율은 변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PC삼립은 이미 197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에 계열사 부당 지원을 통해 실적이 호전되면 주가가 올라 허 회장 및 일가에 대한 상속세 부담은 높아진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었다. 다만 재판부는 SPC삼립과 파리크라상 등 계열사 간 밀가루 거래는 규모가 현저히 크다는 점에서 부당 지원 행위로 봤다.

[이승윤 기자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