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소비 활활 … 美 3월 금리인하 불씨 꺼져가네
월가 전망치보다 20만건 높아
소비심리도 25개월 만에 최고
월가 "2분기에 금리 내릴듯"
구글·페이팔·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 대규모 해고는 변수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오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3월 기준금리 인하설'이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 속에서도 고용 시장이 여전히 뜨겁고, 증시 호황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닫히지 않는다. 31일(현지시간) 시장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과 연준의 스탠스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는 '나 홀로 뜨거운' 고용 시장이다. 30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약 903만건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달보다는 10만건 늘었고, 월가 전망치(880만건)를 20만건 이상 웃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1인당 일자리 수는 1.44개로 소폭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 수치(1.2개)보다 높다. 미국 고용 시장이 아직 견조하다는 뜻이다.
소비심리도 낙관적이다. 경제 조사 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올해 1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한 114.8로, 2021년 12월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발표된 지표들도 양호하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 호조에 힘입어 시장 전망치(2.0%)를 크게 웃도는 3.3%를 기록해 연간 성장률 기준 2.5%를 찍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예전 전망치보다 0.6%포인트 올린 2.1%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가 잘나간다는 지표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밀리고 있다. 이날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6%로 한 달 전(11%)보다 크게 올랐다.
미 CNBC 방송이 이코노미스트, 전략가 등 25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9%에 그쳤다. 5월과 6월 인하를 전망하는 답변이 각각 50%, 70%로 집계되면서 2분기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기업들의 해고 행진이 이어지면서 고용 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1월 미국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0만7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 폭(16만4000개)과 비교해 5만7000개 감소한 규모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5만개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브렛 라이언 도이체방크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견조하지만 실제 산업계로 좁게 바라보면 고용 시장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글로벌 물류 기업 UPS는 올해 매니저급 이상에서 1만2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매니저급 인력의 14%에 해당한다. 특히 UPS는 사업이 좋아져도 줄어든 일자리를 다시 채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페이팔은 전체 인력의 9%에 달하는 2500명을 해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알파벳, 세일즈포스, 웨이페어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고용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은 줄줄이 나올 주요 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과 2일 발표될 미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에 집중하고 있다. 고용 시장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달보다 3만5000명 줄어든 18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3.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S&P 다우존스 인덱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다만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5.4% 상승해 1년 전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발표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기준으로 총 세 차례 인하하겠다는 의미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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