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선한 사람 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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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련한 소식이 나오면 여러분은 누구 편에서 사건을 파악하는가? 대체로 피해자 편에 서서 개탄하고 분노하면서 제대로 정의가 실현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왜 가해자의 입장은 잘 헤아리려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무의식적인 전제가 작동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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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련한 소식이 나오면 여러분은 누구 편에서 사건을 파악하는가? 대체로 피해자 편에 서서 개탄하고 분노하면서 제대로 정의가 실현되는지를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왜 가해자의 입장은 잘 헤아리려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무의식적인 전제가 작동해서일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정상'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는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기 위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은 적지 않게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섬세한 자기 성찰이나 주변 탐색 능력을 결여하면 '나는 선한 사람'은 '너는 악한 사람'과 짝을 이뤄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무색할 정도로 폭력과 혐오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성찰이나 탐색 능력을 결여한 '나는 선한 사람 자의식'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원인 찾기 오류를 일으킨다. 이것은 이른바 '마녀사냥'류의 사고와 잇닿아 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마녀'는 여성만을 가리키지도 않았으며, 서양 중세시대에 횡행했던 것도 아니다. 그것은 중세가 끝나갈 무렵 본격적으로 발생해서 이성의 시대라고 소리 높이던 시대에 가장 극성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마녀사냥식의 사고 흐름은 이러하다. '나는 선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내 삶에 문제가 일어나서 고통을 받는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것을 일으킨 원인이 없을 리 없고, 그 원인은 악한 일을 저지르는 마녀다. 따라서 그를 제거한다면 이 불행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많게는 유럽에서만 10만명 정도 되는 숱한 '마녀'를 죽였지만 그 '선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을까? 그럴 리 없다.
'마녀사냥'을 주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착한 사람들'은 '마녀'라는 악한 사람이 종교적인 불경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사회적 고통이 찾아왔으며, 마녀를 심판하는 일은 신의 처벌을 대신하려는 시도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에 많은 역사학자는 그 비극이 시대 및 문화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에서 비롯되었다고 판정한다. 근세가 어느 정도 정착하자 마녀사냥은 급속히 사라졌다.
'마녀사냥'이라는 특정한 사태는 사라졌지만, 성찰 없는 '나는 선한 사람 자의식'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에 따른 문제는 파괴적이다. 우리는 여전히 '선한' 내게 일어나는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 있는 '악한 사람'에서 찾으려 한다. 공존할 수 있는 '너'와 나의 차이를 극대화하고, 상대방을 타자화한다. 이후 '너'를 악마화하는 데에까지 이른다. 자기 성찰과 탐색 능력을 결여한 '선한 사람들'은 '악한 사람'을 '발견'하거나 심지어 '발명'하기도 한다. 정말 처벌받아야 할 '악한 사람'은 있다. 그러나 '선한 나'와 대비되는 '악한 너'를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일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선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에는 자기 성찰과 자기 객관화, 그리고 주변 탐색의 미덕도 함께 있어야 건강하다.
[김학철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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