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당국 압박에도 성과급 확대…은행권만 ‘울상’

정윤성 기자 2024. 1. 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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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도입 후 회계상 이익 늘어나면서 최대 실적
“적정손해율 관리 등 손익 증가로 소폭 인상”
은행권은 정부 눈치에 축소…“은행만 비판은 억울”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올해 상당한 성과급을 지급한다. 금융권을 향한 당국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도 성과급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반면 상생금융 기조를 의식해 올해 성과급을 줄인 은행권은 쓰린 속내를 감추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 ⓒ연합뉴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각각 연봉의 50%, 29%로 확정하고 이날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지난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각각 47%, 23%의 OPI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각각 3%포인트, 6%포인트 오른 규모다.

삼성그룹은 1년에 한 번 임직원들에게 OPI를 지급한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세운 목표를 넘으면 초과 이익의 20%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삼성화재는 이번에 성과급 최대치를 받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의 보험 계열사들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IFRS17 기준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이 중요 수익 지표로 활용된다. CSM은 보유한 보험계약들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IFRS17 기준에선 이 미래수익이 현재 가치로 환산돼 실적에 반영된다.

삼성화재의 3분기 기준 CSM은 13조2593억원으로 업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등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적정손해율 관리와 사고 감소 등 손익 증가로 전년보다 소폭 인상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4497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보다 72.7% 늘었다. 이처럼 호실적이 예상되자 성과급 규모도 지난해보다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규모는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상생 금융 차원에서 사실상 성과급 규모를 줄일 것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IFRS17 도입 이후 역대급 실적을 낸 보험사들의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 지급에 유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금리 예대마진으로 실적을 내는 은행과 달리 영업으로 실적을 내는 보험업은 다르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압박에도 삼성 보험 계열사의 성과급이 오르자 눈치를 보던 보험사들의 분위기가 바뀔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일부 실적이 뚜렷한 대형 보험사들을 빼면 특별한 행보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는 실적에 따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은 성과급 줄여…"노사협의서 보수적으로 책정"

반면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성과급 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 기본급의 평균 300%를 넘던 성과급은 올해 200%대로 내려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과 이자 장사 등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은행은 2022년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11조3282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했다. 이자 수익도 28조6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성과급을 줄인 배경엔 당국의 압박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도 성과급을 확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국의 압박이 계속 되고 있고, 여론의 시선도 따가운 상황에서 성과급을 책정하는 노사 협의에서도 보수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금융권 내 유독 은행의 성과급만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불만도 나온다.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계와 비교해 보면 실적에 비해 성과급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면 그에 걸맞은 성과급 지급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타 금융업권에 비해 성과급이 특별히 높은 수준이 아닌데도 은행의 성과급만 높다고 매도하는 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성과급 등에서는 기업의 자율성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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