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플라스틱’·대중국 수출 감소에 얼어붙은 유화업계

이진주 기자 2024. 1.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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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LG화학 제공

꽁꽁 얼어버린 국내 석유화학업계 경기가 좀처럼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반적 세계 경기 침체 속에 대중국 수출 감소, 공급 과잉, 환경 규제까지 엎친 데 덮친 사업 환경이다.

LG화학은 31일 실적발표에서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5292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은 55조2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조534억원으로 6.5%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4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2% 늘었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3조1348억원과 1285억원이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 악화가 지속됐다”며 “전기차 수요에 대한 시장 우려와 함께 리튬 등 메탈 가격 급락이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했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실적을 발표한 금호석유화학 역시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3590억원으로 전년보다 68.7% 감소했다. 매출은 6조3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4362억원으로 57.2% 줄었다. 4분기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8%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 실적 발표 전인 SK케미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업체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로 석유화학 관련 제품들을 만드는 전방산업의 수요가 줄면서 후방산업인 석유화학업계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최대 고객인 대중국 수출 감소도 여전히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6억8742만달러로 전년보다 15.9% 감소했다. 특히 중국 수출액은 170억3364만달러로 전년보다 17.7% 하락했다.

중국이 대규모 공장을 증설해 석유화학 자급률을 끌어올리면서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돼,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간 가격차)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또 세계적인 플라스틱 규제 강화 등 환경 이슈도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중동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불안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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