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궁경부암 백신접종 후퇴는 안된다

2024. 1.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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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인과를 비롯한 학계에서 인류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꼽는 백신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 넓은 예방 범위의 HPV 9가 백신으로 도약하고, 남자 청소년에게도 무료 접종을 확대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또 백신 접종 후 수십 년 후에나 나타나는 자궁경부암 등 HPV 관련 여성 및 남성 암의 특성상 장기적인 백신 효과가 확인된 완전 접종(9~14세는 2회, 그 외 연령은 3회) 비율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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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인과를 비롯한 학계에서 인류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꼽는 백신이 있다. 바로 전 세계 암의 5%의 원인이 되는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발견 이후 HPV 예방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국가가 있다. 호주와 영국이 대표적이다. 호주와 영국은 각각 2006년, 2008년부터 HPV 백신을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했다. 일찍이 호주는 11년 전부터, 영국도 2019년부터 남자 청소년까지 무료 접종을 시작했다. 그 결과 HPV 백신 접종률이 남녀 모두 80%에 육박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여성 접종률은 43%, 남성은 3%에 불과하다. 여자 청소년 접종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고, 남성은 아예 접종 대상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 넓은 예방 범위의 HPV 9가 백신으로 도약하고, 남자 청소년에게도 무료 접종을 확대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중요한 점은 HPV 예방 선진국처럼 단계적 예방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목표에 따른 정책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HPV 예방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남녀 모두에게서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나라들처럼 예방을 넘어 집단면역을 통한 퇴치까지 내다볼 수 있다. 또 백신 접종 후 수십 년 후에나 나타나는 자궁경부암 등 HPV 관련 여성 및 남성 암의 특성상 장기적인 백신 효과가 확인된 완전 접종(9~14세는 2회, 그 외 연령은 3회) 비율을 높여야 한다. 호주와 영국에서 처음 국가 접종을 시작할 때 3회를 맞혔던 이유다.

안타깝게도 최근 정부에서 전문가들로 하여금 우려스러운 정책 방향성이 공개됐다. 예방 사업의 비용 효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2차 접종까지 지원하던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을 1회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접종 지원 횟수를 남녀 1회로 줄이는 것을 전제로 9가 백신 전환과 남자 청소년에게까지 확대하여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예산과 경제 효과성 논리에 맞춰 여자도 남자도 모두 불완전한 접종을 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불완전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주사를 맞혔던 저개발국가의 실패 경험을 벌써 잊었는가. 필자가 속한 대한산부인과학회를 포함한 학계의 우려는 무엇보다도 정책 방향의 근거가 된 임상 연구들의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국내 실정과는 다르게 케냐, 탄자니아 등 백신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아프리카 국가의 임상이면서 백신 투여 참가 인원도 적어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학계의 우려를 공감했는지 지난 1월 12일(금) 질병관리청 입장문을 통해 "접종 횟수는 결정된 바 없으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우리 학회를 포함한 학계는 정기적으로 진료 권고안 개정을 통해 국내 보건 환경에 맞게 HPV 백신 2~3회 접종의 올바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정부도 예산에 맞춘 HPV 예방 사업이란 불완전한 변화구가 아니라 국민을 암으로부터 지키겠다는 목표로 대담하고 완전한 직구를 던져야 할 때다. 최선의 예방법이 있음에도 잘못된 길로 멀리 돌아가는 것은 백신 선진국이 하지 않는 일이다.

[김영태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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