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족쇄 풀린 출연연…해외석학 초빙 인건비 상한선 풀린다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2024. 1. 31. 17: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연연 관계자들 "출장비·회의비 등 현실화 환영"
 31일 오후  2024년 1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소관 출연연구기관 등 22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이들 출연연은 환영을 표했다. 기관 발전에 걸림돌이 되던 인건비 제한 등의 규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획재정부장관 주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NST와 소관 21개 연구기관 및 4개 부설연구기관의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인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10여년에 걸친 연구현장의 오랜 숙원이 해소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과기출연(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현장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성모 과기연총 회장 또한 "위로부터의 수직적 지시가 아닌 연구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선진연구개발 환경에 맞는 제도를 구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금번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지원체계 혁신으로 이어져, 우리 과기출연연이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 수행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장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인건비 규제 풀리며 해외 석학 유치 활발해질 전망

그간 공공기관에 지정된 출연연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인건비 제한 규제가 적용됐다. 앞서 연구계는 이같은 규제를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경쟁하기 위한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양질의 인력을 영입하려고 할 때마다 낮은 인건비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공공기관 해제에 따라 출연연들은 지금보다 구성원들의 인건비를 올릴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 총액인건비를 상회하는 예산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건비 제한 없이 연봉이 높은 유명 석학 등을 초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출연연의 열악한 처우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ST에 따르면 출연연 연구자들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연구소 소속 박사들의 70~80% 정도다. 연차가 쌓일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금 피크제까지 적용되면 처우 수준은 더 나빠진다. 

낮은 임금은 출연연 인력 이탈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인력들은 대학 교수로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건비 제한이 풀리면서 출연연 인력의 처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지은 과기연전노조 조직부장은 "지금까지는 인건비, 인력 운영 방침 등 공공기관에 대한 운영 지침이 획일적으로 적용돼 기업연구소 등과 비교해 우수 연구자 채용이 어려웠다"며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 후속 법안을 마련해 연구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인건비 지급에 제약을 둘 가능성도 남아있다. 비슷한 사례로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월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지만 여전히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인건비 규제를 받고 있다. 

● 공운법 해제되며 불합리한 비용 규정 개선 기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로 인한 각종 비용 규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출장비 등이 요즘 물가에 맞지 않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연구자들이 사비로 부담하는 일도 많았다"며 "공운법 폐지로 일부 규정의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공운법의 대표적인 폐해로는 블라인드 채용이 지목된 바 있다.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연구 성과 등을 채용 과정에서 노출하지 않도록 한 제도다. 과학계에선 지원자의 연구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필요한 인력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공정 채용 조건을 거는 것이 오히려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출연연 블라인드 채용은 폐지됐지만 출연연들은 공운법 때문에 여전히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기재부의 예산심사 기간이 대표적인 예다. 매년 정해진 기간 심사가 이뤄지면서 예상치 못한 인력수급이 필요할 때 충분한 처우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공운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서 인건비 외 인력채용의 걸림돌이 되던 다양한 요소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과기연총)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출연연의 공운법 지정 해제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향후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NST, 출연연 연구현장의 전문가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모 과기연총 회장은 "위로부터의 수직적 지시가 아닌 연구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면 선진연구개발 환경에 맞는 제도를 구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hesse@donga.com,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