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韓 철강…“올해 2분기부터 반등” 기대
전기료 인상 타격…현대제철 영업익 반토막
中 철강재 공습에 건설·가전 ‘전방수요’ 부진
철광석·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 상승 ‘이중고’
‘원가 절감·고부가 제품 개발’로 영향 최소화
[이데일리 김은경 김성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해 세계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실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중국발(發) 저가 제품 공습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고금리와 물가 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건설, 가전 등 전방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들은 생산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시황 악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한 수익 개선에 집중한단 계획이다.
공급 과잉 속 원자재가 상승…수익성 악화
3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38조9720억원, 영업이익 2조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7%, 9.2% 감소했다.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를 겪은 지난해보다도 실적이 하락한 것이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국내·외 시황 악화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으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0일 실적을 발표한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매출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80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 50.1% 감소했다. 건설 시황 둔화로 봉형강 제품 판매량이 줄었는데 가격마저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이 전체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처럼 중국 제품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탓에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 원료탄 등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다. 반돈호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철강 시황 탓에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 못 한 게 수익 미달 요인”이라며 “이는 단기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으로 전체적인 시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금리인하 기조 속…2분기 회복 기대
다만 올해 2분기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금리 인하 기조와 원자재 가격 안정화로 철강 시황이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다. 현대제철은 올해 철강 시황이 최악의 상황을 지난 뒤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광석과 석탄 가격 인상 등 원재료 가격 인상 압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1분기 업황이 저점을 확인한 후에 2분기부터 소폭 반등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포스코 측 역시 “1분기는 쉽지 않겠으나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1분기 중 열연 등 단계적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도 집중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실적개선을 위핸 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를 내세웠다. 자동차 강판 신흥국 수요처를 발굴해 내는 동시에 고장력강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이저 완성차 업체에 대한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해 전체 자동차 강판 판매량 중 글로벌 비중을 21%까지 높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유럽 해상풍력 변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가해 에너지용 후판 공급을 늘리고 판매처 다변화를 통한 판매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남고속철 등의 정부 주도 철도산업에 대한 철강재 수주 계획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기존 전기로의 복합공정 체제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저탄소 제품의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식이다. 제철 부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친환경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고금리, 인플레이션 지속 등 올해 경기 회복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며 판매계획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816만t으로 잡았다. 자회사로 독립한 현대스틸파이프(강관사업부) 물량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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