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개미주주에 패소한 머스크…75조원 잃을 위기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1. 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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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뉴시스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으로 약 558억 달러(약 74조5000억 원)의 테슬라 주식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1심 격인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이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장악한 테슬라 이사회에 의해 부적절하게 세워진 보상 패키지 안에 따라 머스크가 해당 주식을 확보했다며 소액주주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돈은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가 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이 주식을 빼앗기면 머스크가 세계 3위 부호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CEO에게 막대한 보상 패키지를 제공한 다른 기업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진단했다. 기업 이사회가 CEO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말고 특정 CEO의 독단 경영에 제동을 걸라는 사회 전반의 압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머스크, 전횡으로 과도한 보상”

캐설린 매코믹 델라웨어주 법원 판사는 이날 피고인 테슬라가 머스크 CEO에게 왜 그런 보상을 했는지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사회의 보상 결정 과정에 결함이 있다”고 판결했다. 특히 머스크의 동생, 머스크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 테슬라 이사로 있는 등 경영진을 견제해야할 이사회가 머스크와 ‘두터운 유대 관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2018년 테슬라 주주총회를 통과한 보상안은 머스크가 매출, 시가총액 등 12개의 특정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그에게 테슬라 주식 약 1%씩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머스크는 4년 만인 2022년 목표를 모두 달성해 558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받았다.

2018년 당시 테슬라 9주를 소유했던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 씨는 이 보상안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그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보상안이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액이고, 머스크가 이사회에 압력을 행사해 이 보상안의 승인을 유도했으며, 테슬라 또한 중요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토네타 씨는 “주주들은 머스크가 직접 자신의 보상 계획을 세웠다거나 이사회 구성원들이 머스크에게 예속되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이번 소송은 재판이 시작된 2022년 말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아 트위터(현 X)를 인수하며 테슬라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가총액 1위 기업인 테슬라가 머스크 개인에 휘둘리고, 이사회가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지 여부가 재판에서 가려질 핵심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매코믹 판사는 판결문에서 “머스크는 경영자가 회사에 행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테슬라 이사회의 결정이 머스크의 영향력하에 있다고 판결했다. 그는 과거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철회하겠다며 트위터 측과 소송을 벌일 때도 해당 재판을 담당했다.

● 머스크 항소 예고, “텍사스로 옮겨?”

판결 후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델라웨어주에서 기업 하지 말라”고 반발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또 “테슬라를 실제 본사가 있는 텍사스로 옮겨야 하느냐” 등의 게시물을 쏟아냈다. 테슬라 법인은 법인세가 낮은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지만 실질적 본사는 텍사스주에 두고 있다.

그는 이 재판이 시작됐을 때부터 자신의 보상안은 이사회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며 보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테슬라의 매출, 시총 등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를 넘어 전 세계 여러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모두 자신의 공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8년 당시 테슬라 시총은 약 6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머스크의 보상 인센티브 목표 중 하나인 ‘시총 65000억 달러 돌파’는 당시 불가능한 목표로 치부됐었다.

머스크가 항소법원에서도 패하면 테슬라는 그에게 558억 달러의 보상안 대신 더 낮은 금액의 보상안을 제공해야 할 수 있다. 머스크의 자산 가치 하락이 뒤따를 수 있다. 테슬라 지분을 현재 13%에서 25%로 늘리겠다는 머스크의 목표 또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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