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불 지핀 이재명…중도층 표심도 통할까
'한동훈표 쇄신' 바람에 확장력 제한적
이 대표, '당 내 갈등' 미온적 태도도 문제
당 내서도 "미래지향적 혁신 보여야"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기 위해 정부여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복구하겠다는 대의를 들어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 전략에 국민적 호응이 떨어지면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대한민국 4대(민생경제·전쟁·저출생·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2024년 오늘, 겹겹의 위기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고,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 중이고, 때아닌 전쟁위기와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 존속 걱정, 민주주의 파괴 등 우리 대한민국은 '민생·전쟁·저출생·민주주의'라는 4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부 집권 동안 △민생경제 위기 △전쟁 위기 △저출생 위기 △민주주의 위기가 발생한 사례를 일일이 설명하며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결국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론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동안 야당 심판론보다 우세했던 정권 심판론은 쇄신의 고삐를 당기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밀려 약세를 보이면서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정부여당 심판론'과 '민주당 심판론'을 조사(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p)한 결과, 정부여당 심판론은 58%로 63%가 나온 직전(지난해 12월 18~19일) 조사보다 5%p 줄었다. 민주당 심판론의 경우, 54%로 51%였던 직전 조사보다 3%p 높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장은 정부여당 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4·10 총선을 겨냥해 '정권심판론' 고삐를 당기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당은 여당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운동권 정치 청산'에 맞서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수위가 높아지는 정부 심판론 공세와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 장애물에 막혀 제대로 파급력 민주당 기대에 못미치는 실정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은 현재도 문제지만 총선 이후 더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계파 갈등뿐만 아니라 여당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에 맞서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이었던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정치가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세울 시기인데, 정치는 낡은 이념과 구태만으로 표 하나 얻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며 "이 대표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 남 탓하는 정치만으로는 민생·민주주의·기후·저출생 위기를 넘어설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내 산적한 갈등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회피하고 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선 '86세대 심판론', '당내 분열 문제' 등 질의가 나왔지만 이 대표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운동권 청산에 대해선 "지금 청산해야 될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는 답변으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선 "역대 어떤 선거 공천 과정에 비교해 보면 갈등이나 분열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본질적으로 경쟁하고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 국면마다 매번 등장했던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판단도 있지만, 현재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상대 정당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에 맞는 대응책으로 볼 수 있지만, 중도층을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중도층은 이분법적인 프레임 전략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낙인 효과만 지닌 프레임 전쟁에는 로드맵이나 내용이 없는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고, 정책, 민생 등에서 누가 더 잘하느냐는 것에 따라 표심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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