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졸업 축하해요"…60여년 만에 졸업장 받은 만학도들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2024. 1. 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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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으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늘 꿈꿔왔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든 강모씨(60)가 울먹이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6년 동안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특히 수학과 영어 과목이 어려워서 애를 먹었는데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에 어엿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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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성중고 만학도 35명 졸업…평균연령 66세
초등생 딸이 꽃다발 건네…"대학 진학도 꿈꿔"
3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전북특별자치도립 여성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뉴스1 김경현 수습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남들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으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늘 꿈꿔왔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든 강모씨(60)가 울먹이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강씨는 "드디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됐다.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31일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전북특별자치도립 여성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졸업식이 개최됐다.

지난 1998년 개교한 전북특별자치도립 여성중고등학교는 도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가운데 최종 학력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성인이면 입학이 가능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학생은 60세를 훌쩍 넘긴 만학도들이다. 대부분 어려운 가정 형편과 시대적 상황 등을 이유로 배움을 포기해야만 했던 여성들이다.

그렇기에 이날 졸업식은 조금은 더 특별했다. 이들에게 졸업장은 단순히 학력을 인정받은 것이 아닌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 35명이 꿈을 이뤘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주인공은 중학교 15명, 고등학교 20명 등 총 35명이다. 평균 연령은 66세다.

대강당 안은 졸업생들과 이들을 축하해 주러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행사를 마친 뒤 졸업생들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도 여느 졸업식장과 같았다. 다만 축하를 해주는 이들은 조금은 달랐다.

이날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보연씨(50대)는 초등학생 자녀가 주는 꽃다발을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씨는 슬하에 자녀 4명을 둔 일명 '다둥이 엄마'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김씨는 평생 가슴 속 응어리로 남을 것 같아 뒤늦게 학업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6년 동안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특히 수학과 영어 과목이 어려워서 애를 먹었는데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에 어엿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보다 늦었지만 대학에 진학해 노인복지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친구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송순주·김미숙씨(70)는 "친구의 생애 한 번뿐인 졸업식이라 모든 일을 미뤄놓고 왔다"며 "집안 사정으로 뒤늦게 학교에 간 친구가 학생회장도 하고 학업 우수상도 받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교가 제창이 끝나자 곳곳에선 카메라 셔터음이 터져 나왔다. 한편에선 아쉬운 마음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졸업식 송사를 맡은 재학생 대표 신성연씨(고2)는 "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받던 선배들이 졸업한다고 하니 아쉽다"며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려면 선배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여성중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졸업생 24명 중 20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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