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토요타 '품질경영' 어쩌다…자회사 인증 조작에 '흔들'
양산일 준수 압박…이의 제기 불가능한 현장
'1000만대' 생산 공급망 '풀가동' 부담 지적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장인정신의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토요타에서 자회사 품질 부정 사건이 연달아 불거진 것은 현장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은 작년 판매량 기준으로 토요타와 렉서스 등 그룹 전체 브랜드 판매량이 1123만대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지난 30일, 토요타자동직기를 비롯해 다이하쓰와 히노자동차 등 자회사의 잇따른 품질 부정 문제로 직접 사과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각 사내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직원들은 개발 일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압박에 상사에게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조직문화가 공통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토요타자동차그룹 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양산 개시일을 지키는 것은 절대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특히 토요타자동직기 직원들은 “양산 개시일을 늦추는 것은 회사에 골칫거리”라며 개발 일정 준수에 대한 압박을 토로했다. 결국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 (상사에) 말해도 듣지 않으면 사기(품질 인증 조작)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직 구조도 부적절했다. 토요타자동직기는 2021년에야 규제 인증 담당 부서를 설치했고, 그전에는 규제 전문가 대신 비전문가인 일반 직원들이 복잡한 법과 규제를 직접 분석하도록 강요당한 열악한 상황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융통성 없는 조직문화 탓에 문제가 있어도 상사나 경영진에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고, 개발을 지연시키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또 다른 자회사 다이하츠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실제로 문제가 생겨 상사에 상담해도 “그래서?”라는 대답만 들을 뿐 무슨 말을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이 팽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바로 잡을 기회도 없었고, 문제가 발생해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직 내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이에 아키오 회장은 그룹 내 17개 자회사 사장들에게 “현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업문화 구축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며 “주권을 현장으로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그룹 비전을 제시했다.
또 닛케이는 토요타자동차그룹은 토요타를 정점으로 부품업체가 이어지는 거대한 피라미드형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공급망에 부담이 가해진 게 품질 인증 조작 논란의 원흉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토요타 브랜드의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1000만대 규모를 넘어섰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들의 ‘풀가동’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3000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 만큼 부품의 결함은 결국 차량 결함으로 이어졌다. 그룹을 대표하는 부품사인 덴소가 생산한 연료펌프의 결함으로 간헐적으로 리콜이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 1월까지 대상 차종은 30개가 넘어섰다. 일본 내 리콜 차량은 430만대에 달한다. 미국 자회사인 아이신이 생산한 에어백 관련 센서가 문제가 돼 토요타는 미국에서 작년 12월에 약 100만대 리콜을 발표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고객 주문에 따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토요타 생산방식(TPS)’을 채택해 기업문화를 이끌어왔다. 이는 높은 생산 효율을 이끌었지만, “문제가 있으면 왜 그런지를 5번 반복하고, 그 원인을 철저히 추구해 개선한다”는 TPS의 기본 원칙은 배제된 결과가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이에 아키오 회장은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개선이 이뤄지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라며 “문제를 관리하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개별적으로 없애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요타자동직기는 디젤엔진 품질인증을 위한 성능 시험 과정에서 제어장치를 조작해 실제 성능보다 높은 출력이 나오도록 속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10개 차종의 출하를 중단했다. 다이하쓰는 35년에 걸쳐 무려 174건의 품질인증 부정을 저질러 작년 말 생산을 중단했다. 히노자동차도 2022년 배출가스·연비 조작이 드러나 형식 지정이 취소됐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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