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없는 새 가자를” 이스라엘 극우 선동…국민 35% 동조

박병수 기자 2024. 1.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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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없는 새로운 가자'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가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이후 구상과 관련해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세력은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명확한 구상이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여론도 아직 가자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고 유대 정착촌을 건설하는 구상에 반대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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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28일(현지시각) 예루살렘에서 열린 극우 주최 정치행사에 나타나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없는 새로운 가자’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가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이후 구상과 관련해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세력은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명확한 구상이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런 극우세력의 생각은 지난 28일 밤 예루살렘에서 열린 극우 세력 주최 행사에서 분명하게 표현됐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이 다수 참여한 이 행사에는, 극우 강경파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참석했다.

이 행사에선 전후 유대인 정착촌이 들어선 새 가자 지구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지도가 내걸렸고, 참석자들은 노래에 따라 춤도 췄다. 참석자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에서 나가도록 독려해야 하며,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정착촌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철수한 결정에 대해 “우리는 경고했고 외쳤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으려면 우리는 가자로 되돌아가 그 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랍비는 훨씬 노골적으로 이른바 새 가자 구상을 털어놓았다. 그는 “가자를 유대인 주민과 외국 관광객을 모두 끌어들이는 하이테크 그린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에 아랍인이 없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새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거듭 안전보장을 위해 가자를 통제할 필요는 있지만, 다시 점령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론도 아직 가자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고 유대 정착촌을 건설하는 구상에 반대 의견이 많다.

그렇다고 유대인의 가자 정착에 대한 지지 여론을 무시해도 될 가벼운 사안으로 볼 일은 아니다. 최근 헤브루 대학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5%가 가자 합병 및 유대인 정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극우 세력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도 극우 세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네타냐후 정권은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 정치세력이 지지를 철회하면 무너지고 만다.

미국은 유대인의 가자 정착 구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존 커비는 29일 유대인의 가자 정착에 대한 벤그비르 장관의 주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무책임하고 무모하고 선동적”이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세력이 주최한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 주장에 대해 그런 결정은 정부의 몫이라고 비껴갔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중도 우익의 국가단결당(NU)의 베니 간츠는 “전쟁 중 그런 행사는 해가 된다”며 우리의 국제적 적법성에 해가 되고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을 데려오기 위한 노력에 해가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도 “나라에 해를 끼치는 행사”라며 “네타냐후에게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1차 중동전쟁 승리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를 모두 점령한 뒤 양쪽 모두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들 정착촌 건설은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불법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건설된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은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7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05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 추진 등을 이유로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도 없앴다.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문제에 천착해온 한 시민단체 인사는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것과 같은 극단적 구상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이런 흐름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가자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에서 보낸 30대 여성은 “18년 동안 가자의 집에서 강제로 떠나 있으면서 언제고 돌아갈 것이란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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